공공기관 정상화 분위기 속 경영실적 평가도 칼바람

2014-06-18 16:29
A등급 8분의1로 줄고 낙제점인 D·E등급 2배로 늘어

아주경제 배군득·노승길 기자 = 지난해 말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후 공공기관을 개혁하자는 분위기 속에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기관장이 해임 건의 됐고 공기업 가운데 A등급은 자취를 감췄다.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 관행화됐던 공공기관들은 이번 경영실적 평가에서 그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낙제점인 D·E 등급이 전년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으며 S등급은 아예 없고 A등급 역시 16개에서 2개로 크게 줄었다. 공기업은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한 곳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 낙제기관 수두룩…성과급 잔치는 끝났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는 예년에 비해 D등급과 E등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A등급을 받았던 기관들도 C·D등급을 받으며 줄줄이 낙제기관으로 전락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평가가 정상화 대책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중간결과 성격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향후 공공기관 평가 기준은 더 꼼꼼하고 촘촘한 '현미경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관례로 여겼던 성과급 잔치도 끝났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경영 실적 개선의지와 사회적 책무가 미흡할 경우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던진 셈이다.

특히 부채 과다 및 방만경영기관으로 꼽힌 30개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은 형편없는 성적으로 본보기가 됐다. 전년보다 평가등급이 오른 곳은 한국장학재단 등 4곳밖에 없다. 6개 기관은 전년 수준 유지, 20개 기관은 전년보다 하락했다.

◆ ‘사회적 물의’ 공기업들 줄줄이 하위권

철도파업과 세월호 사고 등 사회적 불안감을 가중시킨 공기업들은 줄줄이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A등급을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이번 평가에서 4계단이나 추락한 E등급을 받았다. 세월호 부실 검사 등으로 최하점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경영평가단은 "주요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세월호에 대한 선박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했다"며 "안전 검사 주무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평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항만공사도 재무관리 시스템 체계화 필요, 경영성과급 차등 지급 실적 저조 외에 액체 위험물을 다량으로 취급하지만 항만운영상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E등급을 받았다. 울산항만공사는 기관장 해임 건의까지 겹치며 최악의 한해를 맞았다.

인천항만공사 역시 항만 운용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미흡하고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해 지난해보다 2계단 낮은 C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철도공사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실패하면서 최장기 파업이 발생해 C등급(보통)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부품 납품 비리에 이은 원전 정지 사태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D등급에서 E등급으로 각각 내려앉았다.

이밖에 거액 연봉과 높은 복지 수준 때문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는 보수 및 성과관리, 노사관리 부문의 실적이 미흡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장애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해 지난해 D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낙제점(E등급) 수모를 받았다.

◆ 공공기관들 앞으로가 더 문제

이처럼 경영실적 평가가 예상과 달리 칼바람이 불면서 공공기관들은 앞으로 평가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잔뜩 움크리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도 임명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기관이 많아서 기관장 해임 건의나 경고조치가 상당수 줄었다.

이들 기관장들은 당장 올해 경영평가 시점부터 개선점을 도출하지 않으면 해임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기재부가 밝힌데로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이 2013년 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당장 오는 3분기 말에 공공기관 정상화 실적 점검을 실시해 인센티브와 제재 등 조치를 할 예정이어서 공공기관장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영실적 평가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나올줄 몰랐다"며 "개선이 없으면 성과급도 없다는 정부의 경고인 만큼 앞으로 공공기관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