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제를 위하여’ 박성웅 “이 시대 진정한 황제란 없다”
2014-06-13 16:15
지난 2007년 MBC ‘태왕사신기’에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박성웅은 이후 ‘행복한 여자’ ‘에덴의 동쪽’ ‘카인과 아벨’ ‘태희 혜교 지현이’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빵왕 김탁구’ 등에 출연했다.
영화로는 데뷔작인 ‘넘버3’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 ‘반칙왕’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미스터 소크라테스’ ‘무방비도시’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등 필모그래피를 채운 후 ‘신세계’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걷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출연한 영화만 9작품, 드라마 2편이다. 영화 ‘동창생’과 ‘남자가 사랑할 때’에 특별출연했으며 ‘사이코메트리’ ‘역린’ ‘찌라시: 위험한 소문’ ‘무서운 이야기2’ ‘황제를 위하여’가 개봉했다. ‘살인의뢰’와 ‘무뢰한’은 촬영 중이다.
KBS2 ‘기묘한 동거’ tvN ‘우와한 녀’에 출연하면서 쉴 틈이 없었다.
“부산에서 시사회 후 팬사인회를 했었어요. 부산 출신 동생들한테 물어봤죠. ‘솔직히 형 사투리 연기 어땠느냐’고요. 그랬더니 85%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나름 욕심을 냈기에 15%가 아까우면서도 성공했다고 생각했어요. 두 달 정도 사투리에 몰두했죠.”
“개인 레슨을 받았다”는 박성웅은 “촬영 전날이면 이 작가에게 사투리로 대사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멀리 있을 때는 SNS로 녹음한 대사를 받아 듣고 연습했다. 거의 영어 공부하는 수준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박성웅이 부산 사투리에 신경을 쓴 이유는 호흡을 맞춘 이민기나 이태임, 그리고 대부분의 배우들이 지방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민기는 김해, 이태임은 울산 태생이다.
박성웅이 연기한 정상하는 그동안 그가 맡았던 ‘조직원’과는 달랐다. ‘신세계’의 이중구가 악랄하고 안하무인격인 인물이었다면 상하는 ‘사람’과 ‘의리’를 중시하는 중후한 보스다. 끝까지 이환(이민기)을 지켜주고 부하들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매력적인 대장이다. 어떤 면에서 상하는 ‘인간 박성웅’의 한 단면과 닮아 있다. 박성웅이 다작을 하는 이유와도 통해있다.
“평소에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하이힐’에 출연한 것도 의리 때문이고, 드라마 단막극도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 감독 때문이었어요. 물론 작품이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했던 PD가 연출한다기에 흔쾌히 출연한다고 했어요. ‘기묘한 동거’ 때는 ‘찌라시’ 촬영 중이었죠.”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정만식, 김혜은, 남일우, 김병옥 등이 출연한 ‘남자가 사랑할 때’에 ‘이발소 깍두기’로 출연한 사연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신세계’에서 조감독이었던 한동욱 감독이 연출 데뷔를 한다는 소식에 전화로 ‘왜 형을 부르지 않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형님이 하실만한 배역이 없다’는 말에 까메오라도 넣으라고 했다”면서 “감사하다며 이발사 깍두기를 시켜주더라. 하루 시간을 내어 지방에서 촬영을 했는데 정말 편하고 좋았다. 모두 ‘신세계’ 제작진이라 분위기가 ‘으리으리’했다”고 회상했다.
‘황제를 위하여’는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이환과 상하의 이야기다. 박성웅은 “이 시대에 황제는 없다”고 운을 뗐다.
“연기에 황제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죠. 스스로 황제가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도태되죠. 어떤 분야든 황제란 없어요. 다 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특히 연기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직업인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얘기하는 박성웅의 처음이 궁금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엘리트가 연기자로 데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해보게 됐고 ‘하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하나로 뭉쳐 그 일을 하고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한다는 면에서 아직 부족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말로 그만의 철학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박성웅은 연기에 있어 여전히 목말라 있다. 우스갯소리로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지만 “막상 멜로 영화를 찍어도 공허함이 찾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매 작품마다 진정성 넘치는 연기의 이유를 엿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