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 태국 쿠데타에 해외진출 건설업체 '긴장'
2014-06-12 16:54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수주액이 316억 달러에 이르는 등 해외건설 수주 목표 700억 달러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정국 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내재돼 있어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이라크·태국 등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에서 내전·쿠데타 등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수주를 앞두고 있는 사업들이 대부분 규모가 큰 대형 프로젝트여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내 업체들의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또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안전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나이지리아에서 3차례에 걸쳐 대우건설 직원들이 현지 무장단체들에 납치당한 바 있다.
12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한 분파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이라크 북부 니네베 주도 모술에서 정부 군과 4일간의 교전 끝에 지난 10일 도시를 장악한 데 이어 11일에는 바그다드와 모술의 중간에 있는 티크리트도 점령했다. 반군은 여세를 몰아 바그다드와 불과 100㎞ 떨어진 사마라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
이처럼 반군이 수도 턱밑까지 진출하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건설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수행 중인 한화건설은 수시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현장에선 아직 특이사항은 없다고 전해왔다"며 "경호경비작전본부가 현지에 마련돼 24시간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베이스캠프와 공사현장 주변은 이라크 군인들과 경찰 병력들이 장갑차를 배치해 경계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스마야 현장이 바그다드와 불과 10㎞ 거리에 있어 반군이 바그다드까지 진출할 경우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처음 이라크에 진출한 이후 남부 바스라주에서 알포우 항만공사, 서북부 안바르주에서 아카스 중앙가스처리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 현장들은 교전 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큰 위험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직원들이 현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정국불안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손실은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리비아에 진출했던 국내 건설사들은 한동안 현장에서 전원 철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비아 사태의 경우 발전소 등의 시설물 공사 현장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많았지만 주택 건설 현장 등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곳도 있다"며 "다만 정국 수습 후 각 프로젝트별로 현지 정부와 피해보상 협상을 진행해 최종적으로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계약을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은 피해보상을 받거나 이미 수령한 선수금·기성 등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수주를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전면 재검토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태국의 경우 지난해부터 기존 정부가 추진해 오던 전국 규모 물관리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에 나섰다. 이 사업 수주에 나섰던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태국 정부와 최종 계약을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물사업 수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