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휘어지는 투명 촉각센서 개발

2014-06-12 10:53
ETRI, 휘거나 물속에서도 정상동작하는 센서 맏들어

ETRI 최미정 연구원(왼쪽부터)과 경기욱 센터장이 개발에 성공한 촉각센서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국내연구진이 휘거나 말아도 되는 얇고 투명한 촉각센서를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휘어지고 힘의 세기까지 측정이 가능한 투명한 촉각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술은 투명할 뿐 아니라 두께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50㎛ 수준으로 유연성이 좋아 아무데나 쉽게 붙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은 투명한 필름 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고 필름 외부에서 접촉이 가해지면 빛이 지나가는 경로가 바뀌는 원리다.

투명한 비닐의 표면 위나 아래가 아닌 얇은 두께 방향으로 빛이 들어가 휘더라도 빛이 외부로 새나가지 않고 비닐 밖에서 힘을 가할 경우 지나던 빛이 다른 방향으로 지나가게 돼 이러한 빛의 변화를 비닐의 끝에서 측정한다.

이때 빛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사용한다.

ETRI가 개발한 촉각센서는 실제 투명한 비닐처럼 접촉부위에 전기전자적 요소가 전혀 없어 센서를 구부리거나 비틀더라도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정부위를 누를 경우에만 반응하되 볼펜심 수준의 반지름 1.5mm 막대에 감긴 상태에서도 정상 동작하고 물속에서도 이상 없이 반응한다.

여러 점을 동시에 손가락으로 누를 때도 누르는 위치와 힘의 세기를 동시에 측정하는 멀티터치 인식도 가능하다.

센서가 얇은 비닐처럼 유연한 덕분에 딱딱하거나 무른 곳 어디에도 부착해 동작하는 것이 가능해 부드러운 곡면에도 쉽게 부착될 수 있고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된 센서는 굽힘 조건에도 안정하고 얇은 두께와 90%의 광투과도를 가져 휘거나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기의 터치스크린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착용하거나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부착하기에도 용이해 로봇 등에 부착할 경우 인공피부와 같은 센서로 활용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기술을 로봇에 적용할 경우 표면의 특성까지 느끼면서 섬세한 힘 조절이 가능한 로봇 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폰에도 적용도 가능하다.

기존 스마트폰의 경우 단순히 터치감만 인식이 됐지만 향후 기술로 힘 인식까지 함께 돼 쌍기역(ㄲ) 입력시 힘의 세기로 선택이 가능하고 붓으로 그리듯 필체 인식도 가능할 것으로 ETRI는 예측했다.

기술은 게임에 적용할 경우 실제와 같이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이나 가속기를 밟을때 세기조절이 가능하고 두드리는 세기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는 악기 연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책임자인 경기욱 투명소자 및 UX창의연구센터장은 “본 연구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광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융합해 이룰 수 있었던 새로운 연구성과”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관련분야 최고 권위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어리얼스지 온라인에 게재돼 7월호 표지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연구는 소재개발, 설계, 구현, 시험검증의 전 과정을 ETRI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사업과 ETRI 창의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ETRI 창의연구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손승원 창의미래연구소장은 “융합형 ICT 창의연구 확대해 미래 신산업 시대를 대비한 선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TRI는 이 기술을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나 필름형 압력센서 관련 업체 등에 기술이전 한다는 계획으로 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향후 2년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