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일방적인 동반성장지수 발표 '불만'… "업종별 기준 달라야"
2014-06-11 17:00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 유통업계가 실망하는 눈치다.
지난 1년간 동반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최하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제조업·IT 등 성격이 다른 업종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업종별 특성에 맞는 새로운 동반성장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 따르면 최하 등급인 '보통'을 받은 14개 업체 가운데 12곳이 유통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농협유통, 대상, 동원F&B, 오뚜기,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코리아세븐, 한국미니스톱, 한국쓰리엠, 홈플러스, BGF리테일, LF 등이 보통 등급에 포함됐다.
하지만 가장 높은 최우수 등급에 속한 14개 업체 중 유통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롯데마트·LG생활건강·CJ제일제당·유한킴벌러 등 4개 업체만 한 단계 낮은 우수 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는 데 업종과 관계 없이 모든 업체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과 제조업만 놓고 비교해도 성격 자체가 완전 다른 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며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관계가 수직적이기 때문에 현 기준에 맞추기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평가 기준을 보면 금융지원 부분이 평가의 절반 가깝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 판로 개척, 경영 컨설팅 지원, 교육 프로그램, 기술 지원 등 수치화되지 않는 지원을 많이 하는 유통업체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단순 금융지원보다 본인들이 취약한 판로개척이나 경영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면서 "그런데 이같은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계속 평가가 낮게 나오니 담당자들끼리 농담으로 평가 대상에서 차라리 빠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각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자발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업규모나 업종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이를 위해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와 개선방안을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의 경우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서 동반위가 동반성장지수 운영기준에 따라 동반성장 컨설팅 지원 대상이 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금융지원을 위한 펀드조성 등은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번 발표에 대해 다소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그 결과를 갖고 향후 더 많은 개선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330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20여명의 CEO 및 경영진의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매출 확대 등 동반성장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