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방송 콘텐츠, 시청률 아닌 포맷 경쟁 시대

2014-06-12 17:58

[사진=중국판 '아빠 어디가' 웨이보, tvN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시청률이 방송 프로그램의 절대적 인기 척도로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다. 드라마 방영 시간이 되면 가족들이 TV 앞에 모였고 이는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강력한 이유가 됐다. 드라마 '첫사랑'(1997)은 65.8%를 기록했고 '사랑은 뭐길래'(1992)와 '모래시계'(1995) 역시 64.9%, 64.5%라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의 시청률 순위에서 KBS1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가 29.6%, KBS2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23.3%를 기록하며 20%를 넘겼을 뿐이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1 주말드라마 '정도전'과 KBS2 일일드라마 '천상여자' 모두 18.1%를 기록, 20%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예능으로 넘어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극명해진다. 10%대만 나와도 선전한 것으로 여기니 말이다. 방송만 되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지난 방송분에서 5.4%를 기록하는 등 한 자릿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시청자는 'TV 앞 본방사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DMB와 다운로드, VOD 등 놓친 방송을 볼 창구는 많다. 시청률이 절대적 기준 혹은 가치 평가로 여기지 않는 시대다.

시청률의 자리는 포맷 수출이 차지했다. 형식과 제작기법을 수출하는 방식이 새로운 경쟁 구도로 자리 잡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 대표적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여행'이라는 기본 형식을 바탕으로 중국 안방극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JTBC에서도 '히든싱어'에 이어 '대단한 시집'을 중국에 수출했으며 tvN '슈퍼디바 2012' '더 지니어스' 등이 네덜란드와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현지 버전으로 제작된다.

수출 포맷은 드라마에서 더욱 활발하다. '아내의 유혹' '내이름은 김삼순' '풀하우스' '가을동화' 등은 이미 중화권에서 리메이크돼 크게 성공했으며 '마왕' '미남이시네요' 포맷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별에서 온 그대' 역시 중국 등 아시아 4개국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다.

아시아를 벗어난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에 포맷을 판매, '미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드라마 '노란 복수초'는 우크라이나와 이탈리아, 드라마 '미친 사랑'은 멕시코에서 리메이크된다.

세계인이 한국 방송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여행이나 노래 등 세계 공통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공감대를 얻기 쉽다. 드라마의 경우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일상생활 속 예절이나 생활 방식 등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짙은 전통문화 분위기가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터.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 해외로 뻗으면서 시장이 커졌다. 의미 없는 시청률 경쟁 대신 세계화에 발맞춰야 한다. 막장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미미한 시청률을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보다는 독특하고 창의적 이야기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