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는 남자’ 장동건 “육체적으로 고생? ‘마이웨이’가 더 힘들었죠”

2014-06-09 11:09

[사진제공=딜라이트]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의 두 천재 감독에 대한 얘기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바로 나홍진 감독과 이정범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로 그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개봉한 ‘아저씨’는 617만 8400여명이 관람하며 이정범 감독을 일약 스타감독으로 끌어올렸다.

배우 장동건(42)이 이정범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영화관계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느와르라는 귀띔은 기대감을 높였다. 평소 킬러 역할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는 장동건에게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지난 4일 개봉했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에서 킬러 곤 역을 맡았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가 사막에 버려져 킬러로 자란 곤은 조직의 명령에 따라 타깃을 처리하던 중 실수로 어린 아이를 죽이고 딜레마에 빠진다. 이후 조직의 마지막 명령은 그 아이의 엄마 최모경(김민희). 조직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을 갖춘 곤은 최모경을 죽이는 대신 살리는 쪽으로 마음을 먹는다. 영화는 화려한 총격전과 함께 액션, 그리고 두 남녀주연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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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느와르 영화에 킬러 역할은 사실 남자 배우들이 갖고 있는 로망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영화 특성상 킬러가 등장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있게 담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저씨’ 이전에 그런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로망이지만 만나기 힘든 장르인 것이 사실”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 선택에 있어 장르적 측면도 있었지만 이정범 감독에 대한 신뢰 또한 한 몫 했다. “개인적으로 이정범 감독을 알지는 못했다. 비록 중퇴를 했지만 제가 다녔던 한예종 출신 감독이 ‘입봉’(감독 데뷔를 뜻하는 은어)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이 많았다. 한예종 영상원의 두 천재 중 한 명의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열혈남아’ 때부터 관심 있게 봤다”고 회상했다.

최고의 킬러지만 임무에서 실수를 하며 토사구팽 당할 위기에 처한 곤은 동료들과 전쟁과도 같은 혈투를 벌인다. 힘들지는 않았을까? “육체적으로 할만 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촬영은 매우 재미있었어요. 사실 힘든 걸로 따지면 ‘마이웨이’ 때가 더 힘들었죠(웃음). ‘태극기 휘날리며’보다도 촬영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추위와의 싸움이었죠. 겨울을 관통하면서 찍었는데 가장 추울 때 세트에 들어가서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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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영어와 한국어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킬러인데 한국에 와서는 한국말을 잘 한다는 부분은 걱정이 되긴 했다. 설정으로 덮고 넘어간 부분인데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캐릭터와 매치가 안됐다. 리얼리티를 좀 배제하고 캐릭터에 맞는 톤으로 대사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액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우는 남자’는 ‘아저씨’처럼 죽어 마땅한 악당이 있고, 주인공이 그들을 통쾌하게 죽이는 영화가 아니에요. 주인공의 상대방들이 자신의 동료들인 것은 자기와의 싸움과 같은 거죠. 자기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어요. 그래서 멋있는 액션은 별로 없어요(웃음). 감독님의 액션에 감정을 담고 싶다는 말씀에 충실하려고 했죠.”

그래도 ‘아저씨’에서 원빈이 보여준 ‘셀프 삭발’과 같은 멋진 노출신을 기대하지는 않았을까?

“애초 시나리오에 노출신이 없었어요. 몸을 멋지고 예쁘게 만들어야하는 당위성이 없었던 거죠(웃음). 브라이언 티(차오즈 역)랑 안토니 딜리오(후안 역), 알렌산더 레이스(알바로 역)와 액션스쿨에서 첫 대면을 하는데 셋다 나시만 있고 오더라고요. 한숨이 푹푹 나왔죠(웃음). 그 때 자극이 됐어요. 크랭크인 전에 액션을 위한 기능적인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좋아졌거든요. 후반부에는 노출에 대한 욕심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공유의 ‘용의자’ 얘기가 들렸죠. 저는 노출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웃음). 다음 기회에 노출하겠습니다.”

얼굴부터가 ‘신이 주신 선물’인데 노출까지 감행하겠다는 장동건이 욕심쟁이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