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내수용 조립공장으로 전락?…수출물량 하락 지속

2014-06-03 16:00

쉐보레 말리부 [사진제공=한국지엠]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국내 생산공장들이 글로벌 GM의 내수용 조립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말리부 디젤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수출물량 감소폭이 내수 신장폭 보다 더 커 전체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난 5월 내수와 수출물량을 합친 한국지엠의 총 판매량은 5만2795대로 전년 동월 대비 22.8%가 감소했다.

내수판매는 1만2405대를 기록해 전년 5월에 비해 5.0% 판매가 증가했지만, 수출판매가 4만390대로 지난해 같은 달 기록인 5만6549대에 비해 28.6%가 감소했다.

한국지엠의 수출물량 감소는 지난해 12월 미국 GM본사에서 글로벌 브랜드인 쉐보레의 유럽시장 철수 결정이 알려지고 난 이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지엠의 수출 판매는 6만3371대로 전년 동월 2012년12월에 비해 16.1%가 증가했지만, 이후 1월부터 수출물량은 급격하게 떨어져 1월에는 4만2733대, 2월 4만8007, 3월 4만8285대, 4월 4만6896대 등으로 2만대 이상 줄어든 판매량이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1~5월 누적 판매량으로 봐도 한국지엠의 올해 수출 실적은 21만6009대로, 전년 27만6213대에 비해 21.8%가 감소했다. 지난 3월 출시했던 말리부 디젤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내수 판매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수출 물량의 감소폭을 감당하긴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말리부 디젤에 대한 경영진의 판매전략에 대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수출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급증한 국내 수요를 맞추기보다 오히려 판매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말리부 디젤의 예약판매를 중단하고 현재 2015년형 말리부 디젤의 예약을 받고 있다. 말리부는 지난 5월 디젤 모델을 포함해 전년 동월 대비 75.2%나 증가한 1708대가 판매됐다.

말리부 디젤 2015년형은 아직 구체적 안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기존 2014년형과 거의 차이가 없이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TPMS)을 기본 옵션으로 추가해 70만원가량의 가격인상이 있을 예정이다.

더군다나 말리부 디젤은 엔진은 독일 ‘오펠’,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으로부터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생산돼 순수 국내 생산 차량으로 보기도 어렵다.

한국지엠이 GM의 조립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엔진과 변속기의 물량 확보를 위해 최근 선박에서 항공편으로 운송을 바꿀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최대한 공급을 맞추려고 하고 있으나, 부품 공급이 워낙 어려워 어쩔 수 없이 (2014년형 말리부 디젤의)예약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 물량까지 예약이 밀린 말리부의 지난달 판매량이 전달 1724대에 비해 줄어든 1708대에 그친 사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평에서 생산되는 트랙스가 미국으로 수출이 이뤄지면 유럽 쉐보레 철수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