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고승덕 재혼 부인 이무경 "딸이 쓴 글 읽고 하늘이 노래졌다" (전문포함)

2014-06-03 00:10

고승덕 재혼 부인 이무경 [사진=캔디고 페이스북 캡처]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딸의 글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고승덕 후보의 재혼 부인 이무경 기자가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04년 고승덕 후보와 재혼한 것으로 알려진 이무경 씨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편의 딸이 쓴 글을 읽고 하늘이 노래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무경 씨는 "제가 미움의 원인이 되었다는 건 지금까지도 제 마음의 한구석에 짐으로 남아 있다. 저도 아이들과 인사 한번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거절당할까봐, 그것이 더 상처를 줄까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따님이 이 글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한 가지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버지(고승덕)는 두 아이의 어렸을 적 물건들을 옆에 두고 보면서 잊지 않고 늘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노력이 부족했고 표현이 부족했겠지만 그래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1일 고승덕 후보의 친딸인 캔디 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남매를 버리고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서울시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글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고승덕 후보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처(박유아)가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면서 미국에 같이 가서 살 것을 종용했다. 교육문제로 불화가 이어지던 중 1998년 갑자기 '내가 아이들을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달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결별이 시작됐다"며 이혼 책임을 자녀교육 욕심이 큰 전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하 고승덕 재혼 부인 이무경 기자의 페이스북 글 전문

이틀 전 오후였습니다. 남편의 딸이 쓴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는 걸 들었고, 그 글을 읽고 하늘이 노래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이런 글을 올린 딸에 대해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딸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남편이 생각하는 딸은 아빠에 대한 원망이 많은, 그래서 가끔 만났을 때 아빠에게 미움을 표현해왔던 딸이었습니다. 딸은 평소 아빠에게 사랑을 'earn'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아빠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딸이 아빠의 사랑을 필요로 했는데, 많이 주지 못했다고. 그리고 우리 부부는 함께 울었습니다.

남편의 책상 한 켠에는 고릴라 로봇 인형, 오래된 종이접기들이 놓여 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 생각 없이 한 쪽에 치웠던 적이 있습니다. 남편은 물건들이 없어진 걸 보고는 당장 도로 가져다 놓으라며 화를 냈습니다. 평소에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라서 저는 너무 놀라고 서운했습니다.

지금도 남편 책상에는 이 물건들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어버이날 아들이 준 종이카네이션은 지금 봐도 잘 만든 거라서 화가인 어머니가 도와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남편과 사이에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한번 유산하고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아이들이 있으니까 남편의 후손이 끊어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위안은 하고 있지만 저도 여자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아이를 입양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딸과 이야기해본 남편은 “딸이 싫어한다”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입양한 아기에게 가는 것이 싫다고 했다면서 제게 미안해 하더군요.

남편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딸을 너무나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아기를 보면 쪽쪽 물고 빤다는 얘기가 딱 어울릴 정도로 애를 예뻐하는 남편이 자신의 딸을 얼마나 예뻐했을지는 상상이 갑니다. 헤어진 이후에는 그만큼 딸의 상실감도 컸을 거라고 짐작해봅니다.

남편은 청소년 관련 책을 내면서 여러 학교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기자, 시간을 쪼개 청소년 활동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낸 상처를 그렇게 푸는가보다 짐작하면서 저도 조금씩 옆에서 돕고 있습니다. 가출한 아이들의 쉼터를 돌보고,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는 것도 그런 까닭인 것 같습니다.

가끔 한국에 들르는 아이들을 만나고 왔을 때는 "딸이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물려받아 참 예쁘게 자랐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딸이 결혼하게 되면 손잡고 식장에 들어갈 기회를 줄는지 눈치 없이 제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딸이 아빠를 심하게 원망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결혼식에 초청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더군요. 특히 저와 2004년 재혼한 것을 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너무나 심하게 원망했다고 합니다. 제가 미움의 원인이 되었다는 건 지금까지도 제 마음의 한 구석에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인사 한번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거절당할까봐, 그것이 더 상처를 줄까봐 감히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노력이 부족했던 점,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요.

따님이 이 글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한가지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두 아이의 어렸을 적 물건들을 옆에 두고 보면서, 잊지 않고 늘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아버지가 노력이 부족했고, 표현이 부족했겠지만 그래도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요.

그동안 누구에게도 잘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 앞에서 해야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아버지 책상 위에 놓은 종이접기와 장난감을 함께 보면서 옛이야기를 할 기회가 언젠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부모자식간은 하늘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이니까요.

페이스북은 얼마전 만들어놓고 사용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썼습니다. 아울러 남편 책상의 아이들 물건도 사진으로 올립니다. 제가 이런 글을 올리면 다시 저에게 화살이 오겠지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말씀 드리고, 또 저희 부부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와 이해를 구하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