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코리아타운 왕징, 베이징 최대 오피스타운으로 거듭나나

2014-06-01 12:29
포스코센터 포함 최첨단 오피스건물들 완공 앞둬, 10만명 추가입주 예상

건설이 한창인 다왕징 포스코센터.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望京)이 베이징 궈마오(國貿), 진룽제(金融街), 중관춘(中關村)을 능가하는 거대 오피스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오피스지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건설중인 프로젝트들이 완공되고 기업들의 입주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이면 왕징으로 출퇴근하는 5만명의 샐러리맨이 추가로 생기며, 10만명의 인구가 새로이 왕징에 상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리아타운으로서 베이징을 넘어 중국 전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왕징이 베이징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교민사회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다왕징의 첨단오피스 숲

최근 왕징개발의 핵심은 왕징 내 다왕징(大望京) 지역이다. 다왕징지역은 베이징시가 과거 대사관 지역으로 남겨두고, 개발을 보류해왔던 곳이다. 베이징시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대사관들을 다왕징으로 이주시키려 했지만, 각국 대사관들의 호응이 소극적이었다. 이에 베이징시는 다왕징 개발계획을 첨단오피스타운으로 수정했다. 이지역은 '다왕징과학기술비즈니스창신구역'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2011년 개발계획은 확정됐고, 2015년 개발이 완료될 계획이다. 이 구역은 총 면적 97만m²에 건축규모 129만m²로 첨단 오피스건물들이 들어서며,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다왕징구역은 모두 6개의 집합토지로 나눠진다. 1번토지는 위안양(遠洋)이 개발중이며 '위안양공관'이라는 이름의 고급아파트단지와 '위안양센터'라는 오피스건물이 들어선다. 2번토지는 차오양구 직속 개발상인 쿤타이(昆泰)가 호텔, 상가, 주거단지를 올린다. 3번토지는 다왕징의 핵심지역으로 오피스가 들어선다. 뤼디(綠地)그룹이 4동의 오피스건물을 짓고 있다. 4동의 건물은 통칭 '뤼디센터'로 불리며, 이 '중궈진(中國錦)'이라는 명칭의 한 동은 지상 55층, 지하 5층으로 지어진다. 3번토지에는 우리나라 포스코가 2개동으로 짓고 있는 포스코센터도 한창 건설중이다. 한동은 26층, 한동은 31층이다. 포스코중국본사와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단체들은 물론 글로벌기업들도 입주할 예정이다. 4번과 5번은 바오리(保利)그룹이 개발중이다. 오피스 건물인 ‘바오리국제광장’은 8월 완공될 예정이며 고급아파트촌인 '바오리중앙공원'도 조만간 입주가 시작된다. 6번은 다왕징 거주민들을 위한 산업용지로 사용된다.
 

왕징소호.



◆새로운 랜드마크 왕징소호

다왕징의 오피스타운과 함께 인근에 들어설 '왕징소호'도 왕징의 오피스 돌풍의 핵이다. 중국 굴지의 건설사인 소호(SOHO)그룹이 한창 마무리작업중인 왕징소호는 다왕징 오피스타운과 400m 거리에 불과하다. 왕징소호는 저명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했다. 총면적은 약 12만㎡며 총건축면적은 52만1265㎡다. 오피스면적은 36만4119㎡, 상가면적은 5만2800㎡다. 왕징소호는 3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가장 높은 동은 200m 높이다. 2010년 12월 중순 착공했으며,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입주를 시작했으며, 추쿵커지(觸控科技) 등 중국내 내노라하는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고급레스토랑, 호텔, 명품거리, 고급 의류잡화점 등이 들어선다. 왕징소호 건물의 1동과 2동은 지난해 모두 분양됐으며, 분양가격은 1㎡당 5만2196위안(한화 약 860만원)이었다. 소호그룹의 판스이(潘石屹) 회장은 "왕징의 오피스시장은 전망이 아주 밝다"며 "왕징소호의 임대사업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왕징소호 길 건너편에는 룽커(融科)그룹이 건설중인 '룽커산업센터'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두개 동으로 이뤄진 오피스건물이다. 오는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다왕징 뤼디센터.



◆쇼핑몰도 오피스로 변신중

왕징의 유명 쇼핑몰들도 오피스로 변신하고 있다. 그만큼 왕징의 오피스사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홍콩 바오신(寶信)그룹은 왕징의 오피스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지난해말부터 화탕(華堂)백화점을 오피스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본계인 화탕백화점은 왕징에서 2006년 개업해 영업중이었다. 하지만 매출이 부진하자 지난 4월 전격적으로 폐점하고 현재 오피스건물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다왕징 인근의 쇼핑몰인 로터스 역시 폐점했다. 5층짜리 건물에서 대부분 매장을 철수시켰으며, 향후 오피스건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왕징에는 월마트, 롯데마트, 까르푸를 비롯해 징커룽(京客隆), 화롄(華聯), 우메이(物美), 신스제(新世界)백화점 등 쇼핑몰들이 밀집해 있다. 쇼핑몰들이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일부 쇼핑몰들은 차별화에 실패한 채 적자를 지속해 왔었다. 중국상업부동산연맹의 왕융핑(王永平) 비서장은 "포화된 왕징의 쇼핑몰시장에서 과감히 철수해 오피스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개발상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왕징오피스 2년후면 포화된다"

단기간내 동일지역에 엄청난 양의 공급이 쏟아지는 만큼 왕징 오피스시장에서는 공실에 대한 우려가 짙은 상황이다. 왕징소호의 경우 초기입주율이 3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공급물량이 많기 때문에 임대료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다왕징의 신규 건물들 역시 임대료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개발상들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입주초기에는 공실이 있을 수 있지만 2년만 지나면 포화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개발상들은 우선 현재 베이징 오피스 공실률을 그 근거로 든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의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의 오피스 공실률은 전세계 대도시 중 두번째로 낮다. 2012년 12월 베이징의 오피스 공실률은 3.5%에 불과했다. 오피스의 경우 입주에 따른 인테리어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실률 7%를 포화입주로 본다.

또한 2008년 이후 베이징 오피스 시장은 공급물량이 현저히 적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가 신규 건축을 최대한 제한했으며, 이후 승인된 오피스 프로젝트들이 2011년부터 착공을 시작해 최근들어 속속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 공급이 달렸기 때문에 오피스 임대료가 급등하기도 했었다. 2012년 베이징 오피스 임대료는 19.4% 급등했다.

또한 베이징 시내 중심가의 노후한 건물들에서의 이주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낙관론에 무게를 싣는다. 베이징의 주요 오피스타운으로는 궈마오인근의 CBD지역, 진룽제, 중관춘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은 상습교통정체구역이며 과거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 인터넷환경이 열악하고, 주차시설이 부족하며, 벤틸레이션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중국의 기업들은 급속성장을 지속하며 더욱 넓고 첨단기능의 오피스를 원하고 있다.
 

다왕징 바오리국제광장



◆아시아 비즈센터 올라설 최고입지

현재 왕징에는 모토로라, 벤츠, 애질런트, 캐터필라, 마이크로소프트,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본사 혹은 아시아본사가 입주해 있다. 건설되고 있는 다왕징의 오피스타운에는 이미 알리바바 본사가 들어서기로 확정됐으며, 중국석화(中國石化, 시노펙)도 입주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국부동산경리연합회 양러위(楊樂渝) 주석은 "베이징은 더욱 많은 오피스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공급물량이 적었다"며 "다왕징의 오피스시장은 발전가능성이 크며 초기 안정기간을 거친 후에는 이 지역 임대료 역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위안디찬(中原地產)의 시장연구부 장다웨이(張大偉) 총감은 "지리적인 입지나 교통조건, 건물의 품질 등으로 볼때 다왕징의 오피스 타운은 베이징의 전통적인 세 곳 오피스타운을 능가한다"며 "특히 다왕징은 수도국제공항과 11km 거리며, 베이징시 중심 CBD지역과 10km, 중관촌과 15km 거리로 입지가 좋은데다 또한 올해 연말이면 지하철 7호선과 14호선이 개통되는 호재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장 총감은 "다왕징은 베이징 최고의 오피스타운으로 올라설 것이며, 이를 넘어 아시아 최대의 국제 비즈니스 타운으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며 "향후 10만명의 인구가 왕징지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징 룽커산업센터



◆코리아타운이 오피스타운으로

왕징의 변모는 코리아타운과 교민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교민들이 왕징에 모여살기 시작하고, 이 곳이 코리아타운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1997년부터다. 당시 한국인 주재원이나 기업인들은 당시 베이징 최고의 중산층 밀집지인 야윈춘(亞運村)일대의 아파트에 집단으로 거주했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제금융 한파가 불어닥치자 많은 한국인들은 짐을 싸서 본국에 돌아가야 했고, 중국에 남은 한국인들도 비용절감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러던 차에 당시 왕징에 싼가격에 신규 아파트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야윈춘의 한국인들은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왕징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한국식당과 한국상점, 한국학교, 한국교회들이 왕징에 자리잡았다.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이 IMF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면서, 다시 기업인들이 대거 베이징에 몰려왔고, 이들은 자연스레 생활이 편리한 왕징을 주거지역으로 선택했다. 이 때부터 왕징은 코리아타운으로 중국전역에 명성을 떨친다.

왕징의 부동산가격은 서울 강남을 능가한다. 1㎡당 8만위안(13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는 아파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1㎡당 10만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발상들은 "왕징의 호재들은 모두 공개됐으며, 아파트의 품질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앞으로 더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주택 임차료는 상승여지가 크다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양러위 주석은 "왕징에 5만명의 샐러리맨들이 출퇴근을 할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입주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임차 예산이 비교적 넉넉한 외국 주재원들이나 기업체 고위직들이 풍부한 대기수요를 형성하고 있어 주택임차료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