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파키스탄에서 임신 3개월의 여성 파르자나 파르빈(25)이 부모 허락 없이 결혼해 가족들에게 맞아 죽은 사건을 계기로 명예살인 등 파키스탄 여성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잔혹한 살인으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사건이 일어난 펀자브주 총리에게 이날 안으로 진상조사 보고서를 올리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을 명했다”고 덧붙였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명예살인'으로 불리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여성을 그런 방식으로 살해하는 것은 털끝 만큼도 명예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야만적인 일”이라며 “사랑하고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는 기본적 권리를 행사했다고 여성이 살해당한 것은 잔혹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극악무도한 사건”이라며 “‘명예살인'과 같이 전통과 명예를 구실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가해자들이 파키스탄 법에 따라 조속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피해자의 남편인 무함마드 이크발(45)이 전처를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키스탄 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크발은 7년 전 첫째 부인을 살해했지만 가족들과 합의해 석방됐다. 이크발도 AFP 기자와의 통화에서 “파르자나와 사랑에 빠져 전처를 목 졸라 죽였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법에 따르면 살인을 해도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에 위자료(blood money)를 주고 용서받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이크발 역시 아들로부터 용서받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명예살인의 경우 가족 내에서 자행돼 가해자의 친족이 위자료를 받는 맹점이 있고 이 때문에 유죄판결 비율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 가해자들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을 그 오빠나 아버지 등 남성 가족 구성원이 죽이는 악습으로 주로 이슬람권에서 자행된다.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 간통한 여성이 주로 피해자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의 여성 폭력을 감시하는 단체 아우랏트 재단(Aurat Foundation)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파키스탄에선 명예살인으로 2773명이 살해됐는데 전체 명예살인 중 보고되는 비율은 2%도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