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판세분석⑧] 부산·대구·울산, ‘찻잔 속의 태풍이냐, 판을 흔들 돌풍이냐’
2014-05-28 17:03
여권 텃밭 공통점…인물론·노동계 표심 변수
부산·대구·울산은 여권의 텃밭이면서도 선거 때마다 항상 야권에게 기대감을 줬던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들 지역에 대한 기대감은 부쩍 높아졌다. 해당 지역 출신 정치인의 성장(부산·대구), 굳건한 노동계 표심(울산)이 높아진 기대감의 배경이다.
지금까지 선거 결과는 항상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쳐왔다.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도 ‘판을 흔들 돌풍’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야권 후보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 부산, ‘친박 실세’ 서병수 vs ‘무소속 돌풍’ 오거돈…엎치락뒤치락 초박빙 승부
세 군데 중에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역시 부산이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무소속 완주’ 입장을 고수할 때만 해도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의 무혈입성이 확실해 보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이후 오 후보의 상승세가 매섭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의 30·40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2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2~26일 부산 지역 성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 후보는 42.5%를 얻어 32.6%에 그친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제쳤다.
지난 20일 조사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38.0%)로 나왔다.
매일경제가 지난 23~25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로 오 후보가 40.1%로 서 후보(32.7%)을 7.4%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부산은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새누리당이 전승을 거둔 여권의 텃밭 중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부산 출신인 문재인, 안철수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4.6%의 득표율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허남식 후보(55.4%)를 바짝 추격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40%(39.87%)대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얻었다.
경남고 선후배 사이인 서 후보와 오 후보는 기본적으로 행정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 후보는 민선 2대 해운대구청장을 역임했고, 오 후보 역시 행정고시 출신으로 내무부(현 안전행정부)와 부산시에서 지방행정 경험을 쌓고 해양수산부장관까지 지냈다.
서 후보는 여기서 ‘친박(친박근혜) 실세’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힘 있는 시장론’으로 오 후보와의 차별화를 꿰한 것이다.
‘친박 실세’ 대 ‘행정 전문가’라는 선거프레임도 이때부터 굳어졌다. 오 후보 측은 ‘대통령 측근 정치인’ 대 ‘범시민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승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권에서 이탈한 표의 향방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투표율 제고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 대구·울산, 새누리당 독주 속 막판 대역전극 기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는 ‘보수의 성지’로 분류된다.
‘경선=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 경선은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출마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특히 원조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인 서상기·조원진 의원을 제치고 비주류의 권영진 후보가 당선 돼 여권 내 화제가 됐다.
새정련에서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 대구 수성구에서 야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40%(40.4%)가 넘는 지지를 받았던 김부겸 후보가 출마해 새누리당의 아성에 도전한다.
두 후보는 한때 정치적 동지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모임인 ‘미래연대’ 멤버로 함께 활동하다가 김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3년 7월 이부영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정치 행보를 달리하게 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권 후보는 42.2%로 27.0%를 기록한 김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같은 날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권 후보(39.2%)와 김 후보(25.9%)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줄어들었다.
울산시장 선거는 야권 후보들의 난립으로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의 독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영순 후보가 사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새정련 이상범·정의당 조승수·노동당 이갑용 후보가 독자 행보 중이다.
원래 야도(野都)였던 울산은 지난 총선 6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한 뒤, 대선을 거쳐 보수화가 고착화됐다.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7일·18일 이틀간 만 19세 이상 울산시민 2033명을 대상으로 유선과 휴대전화를 병행한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 후보는 52.3%로 세 후보를 압도했다. 이상범 후보 11.9%, 조승수 후보 8.9%, 이갑용 후보 4.2% 순이었다.
야권후보가 새정련 이상범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김 후보 53.3%, 이 후보 21.4%, 이갑용 후보가 7.1%로 조사됐다.
정의당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되면 김 후보 52.8%, 조 후보 22.3%, 이갑용 후보 7%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