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항공업계의 피말리는 눈치경쟁
2014-05-28 14:46
최근 국내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약진으로 판도가 달라졌다. 기점은 지난 2010년 하반기 설립 5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진에어와 에어부산,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이 잇따라 호실적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사실 그 이전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는 독과점 체제였다. 때문에 LCC가 생겨나기 이전에 양쪽은 앙숙으로 지냈다.
이들 항공사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상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LCC가 국내 항공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공동의 적’인 LCC가 나타나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사이가 전에 없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다. 그런데 중국 노선을 둘러싸고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규정상 LCC가 들어오지 못하는 베이징 노선과 광저우 노선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안전문제를 부각하며 아시아나항공을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오늘의 동지가 다시 내일의 적이 될 모양새다.
장기 불황과 LCC의 약진으로 최근 실적악화에 시달려 온 두 항공사가 가장 뜨거운 노선으로 떠오른 중국을 잡기 위한 노력은 이해가지 않는바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전투구 양상이 지속되고 안전 문제로 논란을 키울수록 그 화살은 승객들의 불안감이 되어 항공업계 스스로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