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지역 발로뛴다-2] 층수 제한 없앤 평창·성북동 가보니

2014-05-27 17:18
"상가 수요 제한, 증축 여전히 어려워" "주택가는 자연경관구역 해제해야 실효"
성북동 외국인 깔세수요, 본사지원 줄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평창동으로 이동

평창동 고급 단독주택촌 전경.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층수 제한이 완화된 지역은 대로변 1종 주거지역 일부분 뿐이다. 기존 상가도 공실이 꽤 있는데 누가 5층짜리 건물을 7층으로 높여 짓겠는가. 외부 투자수요가 유입되려면 자연경관지역으로 지정된 전용주거지역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서울 종로구 평창동 M중개업소 관계자)

27일 찾아간 강북의 대표 부촌 평창동. 층수 규제 완화란 호재에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평창동 대로변 일대는 5층·20m로 제한된 층수·층고 규제가 지난달 풀려 20m 이내라면 층수는 상관없이 건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일선 중개업소들은 "보여주기식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글로리아타운 상가가 준공 2년이 넘도록 3분의 1이 비어 있는데 건물을 높여 지어도 들어올 세입자가 없어 이득이 없다"며 "인구가 늘어야 수요가 늘어 상권도 살아날텐데, 단독주택이 몰려있는 대부분의 지역이 빌라(다세대주택)조차 지을 수 없도록 묶여있어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평창동 일대는 대로변과 일부 1종주거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전용주거지역이어서 단독·다가구 주택밖에 지을 수 없다. 특히 상당수 필지가 자연경관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그나마 2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1·2동은 준공돼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3동은 건물이 짓다만 채 수년째 방치돼 있었다. 인근 주민 A씨는 "건설업자가 집을 짓다 부도가 나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철근이 밖으로 드러나 있어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평창동 단독주택촌 일대에 다가구주택 공사 중 방치된 현장.


이에 따라 아직 거래는 실수요 위주로 제한적이다. 

성북구 성북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단독주택의 경우 위치와 개별 주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평창동의 경우 3.3㎡당 700만~2000만원 선이고, 성북동은 1000만~2600만원 정도로 성북동이 더 비싼 편이다.

성북동의 고급 단독주택들은 330번지에 몰려있다. 이곳에는 현대·GS·두산 등 재계 재벌 오너일가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번지와 15번지의 경우 대사관 사택이 많다. 성북동 일대에는 총 34개국의 대사관 사택이 있다. 이 일대 역시 평창동과 마찬가지로 전용주거지역인데다 자연경관지역으로 묶여 있어 2층까지밖에 짓지 못한다. 

성북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성북동 고급 단독주택들은 수요가 거의 없어 1년에 10여건 정도가 거래된다'며 "수직증축은 불가능하고 수평증축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때문에 오는 기업가들이 아니면 수요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성북동 단독주택촌 일대에 신축 중인 상가주택 공사현장. 이 일대는 자연경관구역이어서 이 건물 역시 지상 2층까지밖에 짓지 못한다.


성북동 단독주택의 경우 올 들어 4건밖에 거래되지 않았을 정도로 거래량이 극히 드물다. 

최근엔 외국인 임대수요가 줄어 매물은 늘고 있다. 월 1000만원을 넘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평창동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 H중개업소 관계자는 "유럽 경제위기 이후 외국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줄어들고 기존에 있던 파견직원들에 대한 주거비용 지원도 줄어 100만~300만원 가량 저렴한 평창동으로 많이 옮겨가고, 따라서 성북동 외국인 임대 주택들은 공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