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제자들 살리려던 20대 여교사 끝내 주검으로

2014-05-20 15:00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학생들 구명조끼를 챙겨야 해요."

지난달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당시 제자들의 구명조끼를 챙기다 한 달 넘게 실종됐던 단원고 여교사가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다.

20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전날 오후 6시 1분께 침몰 선체의 3층 주방과 식당 사이에서 수습된 희생자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단원고 교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살신성인한 이 여성을 단원고 2학년 2반 담임 전수영(25) 교사라고 전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위기의 순간에서 제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전 교사는 지난해 2월 임용시험에 붙어 단원고에 처음 부임했다. 그해 가르치던 1학년 학생들이 진학하면서 2학년 담임을 자청했다.

전 교사는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전 9시 11분 어머니에게 '배가 침몰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4분 뒤 어머니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배터리가 없으니 얼른 끊자"는 짧은 답변 뒤 전화가 끊겼다.

곧 이어 걸려온 남자친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역시 "학생들 구명조끼를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당시 전 교사의 눈앞에 펼쳐진 생지옥과 같은 현장에서 '제자를 살리겠다'는 일념만이 유일했던 것이다.

전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5층에 있었으나 5층 R-3 객실에서 제자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청색 긴팔 후드 티셔츠와 카키색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이었다.

한편 전 교사의 시신은 이날 오전 2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내 시신 안치소에 안치됐다가 곧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오는 22일 발인을 거쳐 동료 교사들의 유해가 있는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