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정치의 계절에 바라본 박원순의 한강변 스카이라인

2014-05-20 14:20
[김창익기자의 부동산인더스토리]선거 앞두고 개발계획·규제완화 쏟아내는 이유는?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다음 사항과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무엇일까요?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 △컨벤션 등 국제업무와 관광 산업의 결합 △KTX 등 첨단 교통망 연계 △기부채납을 통한 공공성 확보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하나같이 ‘용산역세권개발’이라고 답한다. 용산 철도기지창과 서부이촌동 아파트 단지를 합쳐 총 56만㎡의 부지에 150층 랜드마크와 초고층 주상복합 등을 건설하는 매머드급 개발 계획였다.

기자가 의도한 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답도 아니다. 기자가 원한 답은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1일 발표한‘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개발계획’이다. 지방 이전 대상인 한국전력 본사부지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고, 코엑스와 연계된 국제회의 중심의 업무지구와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용산역세권개발도 위에 제시된 5가지 사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발표 당시 박 시장의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계획을 보고 데자뷰(기시감)가 느껴졌다. 개발 계획은 물론, 2007년 오 전 시장이 용산역세권 개발 계획을 들고 나왔을 때와 지금의 정치 상황이 너무나 비슷해서다.

오 전 시장 입장에서 용산개발은 대권가도를 향한 선거전략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경부고속도로, 이명박 전 시장(대통령)의 청개천 복개와 대통령 당선이 무관치 않다는 사실을 학습한 오 전 시장의 참모들이 내놓은 개발 청사진, 그 정점이 바로 용산개발이다.

2010년 보궐선거로 오 전 시장의 바통을 받은 박 시장은 재임 초기부터 줄곧 오 전 시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현대차의 뚝섬 사옥 건립 등 오 전 시장이 만든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계획된 초고층 개발 계획을 모두 무력화했고, 한강 르네상스 계획도 백지화 했다. 그 과정에서 용산개발도 자금난과 주주사간 갈등이 겹치며 부도가 났다. 박 시장 본인은 기자들과 만날 때 마다 “필요한 개발은 하겠다”며 개발 규제론자로 각인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임 후 줄곧 그는 개발론자의 반대편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본인의 말대로 박 시장이 무조건 개발을 규제해 온 것은 아니다.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개발계획은 박 시장이 취임 후 장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박 시장이 지난해 4월 내놓은 한강변 스카이라인 규제도 기본적으로는 3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심 및 부도심과 연계된 지역의 경우 용도변경을 통해 50층 이상 초고층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뒀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정책의 탄력성을 강조했던 박 시장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빠진 설익은 코엑스~잠실운동장 개발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지난 1년 엄격하게 적용해 온 한강변 층고 규제도 최근 반포주공1단지 사전심의에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상황과 개발에 대한 박 시장의 철학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반포주공1단지의 가구수는 3590가구로, 유권자 수를 생각하면 재선에 도전한 박 시장 입장에선 주민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해 최근 최고 층고를 25층으로 제한한 삼성동 홍실 아파트(384가구)의 경우 표수의 관점에서 보면 반포주공 1단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규모 개발 공약과 그에 필요한 규제 완화는 이해 당사자가 많아 민심을 얻기에 유용한 선거전략이다. 박 시장의 정책적 융통성이 하필 선거철에 빛을 발하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