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의 골프 노하우>(42) 골프 친구
2014-05-20 09:06
‘골프 인격’ 점수 높아야 동반자 안떨어져
골프의 본 고장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를 쳐서 사윗감을 고른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장성한 딸에게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 “사귀는 남자가 있으면, 데리고 와라. 내가 그 놈하고 골프 한 번 쳐보면 사윗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스코틀랜드 남자 셋 중 하나는 골프를 친다고 하니, 결혼을 앞 둔 남자 셋 중 하나는 분명 이런 테스트를 거칠 것이다.
최근 골프장 경영이 하나같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스크린골프의 활성화로 골프 인구는 늘어났고 이 골퍼들이 결국 골프 장비를 구입할 것이고 골프장을 방문할 것이니, 궁극적으로 골프산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골프 인구의 증가는, 골프를 통해 인격 테스트를 받을 사람이 늘어났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면 ‘내 골프 인격’은 과연 몇 점인지 관심이 갖지 않을 수 없다.
실력있는 골퍼는 여기저기 자주 불려 다닌다. 회사내 골프 모임, 동문회, 동호회 등에서 서로 오라고 한다. 그런데 몇 차례 불려갔다가 그 후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골프 인격’을 점검해봐야 한다.
얼마전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 분을 7년만에 연습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곧바로 알은 체를 했는데, 그 분이 하는 첫마디가 “골프치러 갈 때 나 좀 불러주쇼”였다. 얼마나 골프 친구가 없었으면, 몇 년만에 만난 지인에게 첫 마디가 그럴까?
그래서 그 분을 알만한 지인들과 오랜만에 라운드 기회를 만들려고 해보았으나, 하나같이 “그 사람하고 같이 골프 치기 싫다”고 대답했다. 결국 그 분에게 골프 친구가 없는 것은 자업자득이었던 것이다.
골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임이다. 동반자와 승부는 하지만, 잘 치고 못 치고는 오로지 본인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넓은 들판에 구멍하나 뚫어놓고 아무리 잘 쳐서 그 곳에 볼을 쏙 집어넣은들 그것을 봐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다음 몇 가지만 주의하여 골프 인격 점수를 높이면, 동반자가 없어서 골프를 못치는 서러움은 면할 수 있다.
첫째는 슬로 플레이를 피하는 것이다. 연습스윙을 대여섯 번 하고 어드레스하고 나서 10초동안 굳어져 있다가 겨우 스윙한 다음에 OB내면 동반자는 김이 빠진다. 그래서 이런 골퍼를 위해서 ‘플레이 패스터, 플레이 베터’(Play faster, play better)라는 슬로건도 있다.
둘째는 잘 못한 샷에 대해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골퍼는 동반자의 기분까지 잡치게 만들어 골프를 치는 건지 쓸데없이 땅 파는 헛짓을 하는 것인지 정신을 산만케한다. 셋째는 자기 맘대로 룰을 만들어내는 폭군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골프에는 엄연히 룰이 있다. 룰이 없으면 게임이 아니다. 실수한 샷이 후회가 되더라도 지금 당장 그것을 만회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의 골프 라운드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래서 한 번의 라운드는 한 번의 인생과 같은 것이다. 즐거운 ‘파’ 행진으로 시작한 라운드가 보기와 더블보기를 거치면서 망가지는 듯 하더니 행운의 ‘버디’와 함께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제궤도에 오르는 듯 하였으나,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듯 하지만 정신줄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골프의 매력이고,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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