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페라 루갈다와 구원파, 순교

2014-05-16 18:39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호남오페라단이 이달 막을 올린 오페라 '루갈다'는 19세기 초 스물한 살 나이로 천주교 순교자가 된 이순이를 그렸다. 이순이가 쓴 루갈다라는 세례명은 오페라에서 제목이 됐다. 조선 조정은 1801년 신유박해를 통해 천주교 신자를 탄압한다. 이순이도 당시 순교를 택했다.

유학을 근간으로 삼은 조선에서 제사를 거부하는 천주교는 금지될 수밖에 없었다. 루갈다에 대한 평을 보면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다. 거룩한 순교로 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사회 규범을 흔든 문제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루갈다에 대해 도덕성을 의심하는 관객은 없다.

순교라는 단어가 요즘 인터넷 포털 주요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린다. 구원파 신도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를 종교탄압이라며 순교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검찰이 경영비리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구원파는 과거 오대양 사건을 거론하며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되레 종교에 대한 자유를 보장할 것을 외치고 있다.

종교인이 존경받는 이유에는 도덕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종단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구원파 교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신도를 방패로 숨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검찰에서 제기하는 혐의에 떳떳하다면 법정에서 당당하게 말하면 된다. 유 전 회장 아들인 대균ㆍ혁기씨도 마찬가지다.

루갈다가 신앙을 갖지 않은 관객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순이가 보여준 높은 도덕성 때문이다. 그녀는 종교적인 신념을 저버리는 이를 위해서까지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구원파 측은 책임을 해경으로 돌리기 바쁘다. 구원파 대변인은 청해진 주식을 가진 데 따른 책임, 해경이 져야 할 책임 가운데 어는 것이 더 크냐고 반문했다. 어디에도 참회는 없었다. 금수원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