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러시앤캐시, 저축은행 업고 사채업자 꼬리표 뗄까

2014-05-18 08:00

금융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2000여명의 국내외 대학생에게 50억원이 넘는 등록금을 지원하고, 저조한 마케팅 효과 탓에 외면 받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만 골라 후원을 하는데도 손가락질 받는 회사가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해외시장에서 세 번째 법인 설립을 앞둔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업 브랜드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국내 대부업계 1위사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과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15년간 사채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강력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떨어질 줄 모르는 꼬리표에 등록 대부업과 불법 사채업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했다.

수시로 TV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채권추심 장면은 대중의 정서를 더욱 자극했고, 광고를 잘 만들면 만들수록 우스꽝스러운 개그 소재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랬던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에게 드디어 낡은 꼬리표를 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본업인 대부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댓가로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앞둔 저축은행 인수가 그것이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마지막 기회를 잡은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최근 예나래저축은행과 예주저축은행 등 2개 가교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에게 저축은행 인수는 단순히 사업영역 확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빚장사를 통해 번 돈으로 생색이나 낸다는 취급을 받았던 다양한 공익사업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농아인야구나 필드하키 같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적극 육성해왔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해체 위기에 몰린 프로배구단을 구한 것도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였다.

저축은행을 향한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의 도전이 명동 사채시장에 발이 묶인 대부업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