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출시 엄두 못내는 은행권…해법은 '고객 속으로'

2014-05-15 16:29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올들어 시중은행들이 신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른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전국은행연합회 신상품공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등록된 신상품 공시 건수(대출·예금·적금·금융지원 포함)는 총 10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조류인플루엔자(AI)나 폭설 피해기업 특별자금 지원,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등 정책금융상품과 주택금융공사의 '아낌 e-보금자리론' 공시, 6·4 지방선거대비용 통장 등을 빼면 실제 상품 건수는 더 적은 형편이다.

통상 1~2분기는 새해, 신학기 등 특수가 많아 신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그러나 올 들어 신상품 출시가 줄어든 것은 각종 사건·사고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생한 각종 불법대출, 비자금 조성 사건 등이 수습되기도 전에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및 카드사 등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 사기로 하나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후에도 은행 직원이 시재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저금리 장기화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기준금리를 12개월 연속 제자리에 묶었다.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건ㆍ사고로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금융권 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시중은행의 '특판상품'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특판적금을 판매하는 곳은 하나은행의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4'이 유일하다. 이 상품은 오는 6월 말까지만 한시 판매한다. 기본금리가 연 3.5%(3년제)로 한국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붙는다.

은행권의 상품 출시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및 각종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상품 출시 여력이 없다"며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기 보다 대표 상품이나 기존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최근 잇따른 악재 이후 고객 패널제도를 새롭게 꾸리는 등 신뢰회복을 위해 소비자 의견을 담은 상품을 준비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KB호민관 제도를 도입, 10명의 고객을 뽑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농협은행도 2기 NH고객패널을 발족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고객패널 1개 기수(100명)를 운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연간 2개 기수(200명)를 운용한다. 

기업은행도 지난 13일 고객과의 소통 확대를 위해 회사원과 자영업자, 주부 등 21명의 고객들로 구성한 'IBK마케팅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이슈가 계속 나오는 만큼 은행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리는 아이디어 등을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