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희야’ 칸에서 주목할 만 한 수작

2014-05-14 15:04

[사진=영화 '도희야'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칸이 주목할 만 했다. 제 67회 프랑스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공식 초청된 ‘도희야’(감독 정주리·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첫 선을 보였다.

‘도희야’는 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김새론)에 대한 이야기다. 친엄마가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하던 도희 앞에 사생활 문제로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이 나타난다.

마을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도희를 구해준 영남은 어느 날 용하에게 맞고 있는 도희를 보고 경악했다. 긴 폭력의 시간에 노출됐던 도희는 “술 안 마시면 안 때려요”라고 자위했다. 영남은 “그냥 맞으면 안된다. 분명하게 때리지 말라고 얘기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던 용하는 학대를 저지하는 영남이 못마땅했다. 결국 영남은 도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방학동안 지내기로 결정한다.

영남을 통해 메소드 연기를 펼친 배두나. 대본을 받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는 배두나는 영남의 상황에 맞게 억누른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송새벽 역시 완벽하게 용하로 분했다. 특유의 사투리는 송새벽을 더욱 용하로 보이게 했다. 그동안 ‘방자전’ ‘위험한 상견례’ ‘아부의 왕’ 등에 보여준 코믹 연기는 잠시 접어두고,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연기로 ‘도희야’ 삼각편대의 한 축을 담당했다.

김새론은 아역이 아닌 성인 연기자로 봐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앞서 ‘만신’에서 인간문화재 김금화 선생의 어린 시절인 ‘넘세’ 역을 맡아 기구한 운명을 연기했던 김새론. 외적으로 성장한 김새론은 외모 뿐 아니라 내적 연기도 물이 오른 모양새다. 19금 영화로 김새론이 볼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깝다.

정주리 감독은 감독의 변을 통해 “타인과 한번도 제대로 교감해본 적이 없는 지독히 외로운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소통, 그것을 잘 유지해간다는 것의 한없는 어려움을 가장 극단에 놓인 두 여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도희야’는 사회적 편견과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약자와 소수자로 살아가는 두 여인의 이야기다. 빼어난 연출력과 동갑내기 배우 배두나, 송새벽과, 김새론 뿐 아니라 많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칸에서 초청한 이유를 알게 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오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