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몽준에 쏠린 서부이촌동의 시선…"개발 재개 기대감 커져"

2014-05-13 14:38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셌던 서부이촌동이 최근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사업 재개 공약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최근 투자 또는 매매 문의가 더러 있지만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개발 기대감에 매물이 나오질 않으니 '시세가 얼마'라고 말할 수도 없네요."(서울 용산구 이촌동 S공인 대표)

정몽준 의원이 지난 12일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공약으로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재추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은 주민센터 앞에서 바자회를 하는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겉으로는 용산역세권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구호도 아파트 외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용산역세권 사업은 코레일 소유의 용산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를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규모가 30조 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으나 시행사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사업 발표 7년 만인 지난해 좌초됐다.

용산구 일대 주민들에게 허탈함만을 남긴 이 사업과 관련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또 한번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매도자들의 경우 대림아파트가 과거 13억 원에 거래됐던 점을 떠올리고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이촌동 I공인 대표는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희망에 대림ㆍ성원 아파트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구역지정 해제 이후에도 거래가 뜸했던 곳인데 이번 선거로 인해 당분간은 더 묶여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강변에 위치한 대림아파트는 경매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북한강 성원아파트도 지난해 10건의 급매물이 거래된 것이 전부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용산역세권 사업이 선거 공약으로 언급된 이후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워낙 주목을 받았던 지역이어서 결정된 바가 없어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며 "집주인들은 지금까지 기다렸던 게 아까워서라도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 차례 좌초됐던 개발 사업인 만큼 시장 선거가 끝날 때까지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근 P공인 대표는 "정몽준 의원이 아니라도 누가 당선되든 용산역세권 사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성과 자금력을 갖춘 시행사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과 정 의원의 개발 방식에 차이가 있는 줄로 안다"며 "선거 이후 맞춤형으로 개발될지, 개발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주민들이 얻는 수혜의 정도도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사업에 지친 기색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40대 주부 A씨는 "무려 7년 동안 마음고생만 했다. 더 이상 개발에 대한 기대는 무의미한 것 같다"며 "선거 공약이라는 게 반드시 지켜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