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 성명 "정부 비판 축소하고 박 대통령 관련 보도엔 충실"

2014-05-12 20:55

MBC 기자회 성명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이 세월호 침몰 관련 보도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12일 발표했다.

MBC 기자회 성명에는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MBC 기자들은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다.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다”면서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다”고 반성했다.

MBC 기자회는 성명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다”고 거듭 반성했다.

MBC 기자들은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다”며 희생자 가족과 시청자에게 사죄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