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황해시대’ 미래를 그리다] ⑦한ㆍ중ㆍ일 영토 교육

2014-05-12 15:13

일본과 한국ㆍ중국 사이의 영토 갈등이 심화되면서 동아시아 평화의 관점에서 영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이 지난달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2층)에서 개최한 ‘2014년도 검정통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전문가 토론회’ 모습이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달 4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개최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음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일본명, 중국명은 댜오위다오)는 일본 영토이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음 등의 내용이 포함된 초등학교 5ㆍ6학년 사회 교과서 4종을 전부 합격 처리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교육부 김문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대한민국 교육부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내용에서 역사 왜곡과 잘못된 독도 영유권 진술을 그대로 검정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본이 성실한 태도로 역사를 대면하고 정확한 역사관으로 다음 세대를 교육할 것을 일관성 있게 요구한다”며 “일본은 유관 교과서 사업을 통해 마땅히 다음 세대에 댜오위다오의 진상을 알려줘야 한다. 그것은 바로 댜오위다오가 중국에 속한다는 것이고 일본이 불법적으로 이것을 훔쳤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905년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는 것을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6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당시 중학교 교과서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교육기본법을 전후 처음으로 개정해 애국심을 기본 교육 목표로 강조했다.

2008년 중학교 학습 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과 한국 사이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고 2010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한 지도가 대거 등장했다.

2011년 중학교 지리ㆍ공민(사회)ㆍ역사 교과서 14종에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기술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독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로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육부 김문희 대변인은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며 “일본 정부도 1877년 태정관 지령을 통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명확히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 고시로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을 당시 일본은 만주와 한반도에 대한 이권을 두고 러시아와 전쟁 중이었고 일본의 독도 편입 시도는 러시아와의 해전을 앞둔 상황에서 독도의 군사적 가치를 고려한 것으로 독도는 일본의 한국 주권 침탈 과정의 첫 번째 희생물이었기 때문에 일본이 내세우는 근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문희 대변인은 “일본 제국주의는 한반도 침탈의 첫 희생물로 독도를 지목해 불법으로 병합했고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맞서 영토 교육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교육부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역사 왜곡 기술과 독도 침탈 교과서를 바로 잡을 때까지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고발해 나가고 독도 침탈과 역사왜곡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육부는 △‘독도교육 내용 체계’ 개정 △‘독도 교재’ 개발ㆍ보급 △‘찾아가는 독도 전시회’ 개최 △교원 중심 ‘독도교육실천연구회’ 운영 △교원 대상 독도 관련 연수 및 독도 탐방 교육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독도 교육 강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센카쿠열도에 대해선 일본과 중국은 서로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립하기는 했지만 교과서에 적극적으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현재 자국이 점유하고 있어 굳이 교과서에까지 영유권을 주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중국 역시 대외적으로는 영유권을 주장하기는 해도 교과서를 통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는 일본 영토이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모두 합격 처리한 것을 계기로 중국 정부도 영토 교육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403년 명나라 영락제 시기의 문헌을 근거로 “중국이 댜오위다오를 제일 먼저 발견했고 댜오위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섬을 이용해 왔다”며 “이 때부터 계속 중국이 관할권을 행사해 왔다. 여러 고지도들도 댜오위다오를 중국 영토로 표기하고 있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이 1879년 류큐왕국을 오키나와현으로 편입한 후 인근의 무인도였던 센카쿠열도 또한 오키나와현으로 편입시켰다”며 “1971년 미일 오키나와 반환협정에 따라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이 일본에 반환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영토 교육이 지나치게 자국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토 교육은 동아시아 평화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지훈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이 개최한 전문가 워크숍에서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며 “동아시아 각국은 최근 자국의 공교육을 통해 자국 중심의 영토 인식을 미래 세대에게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의 민족감정을 불러 일으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다시 교육을 통해 현재의 영토 인식을 미래 세대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촌고 교사 이경훈 씨는 독도 교육 강화에 대해 “현행 고등학교 교육 목표에는 ‘더불어 살아가며 협동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태도를 기른다’는 항목이 있고 2012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동아시아사’ 교과의 교육 목표를 보면 ‘상호 발전과 평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기름으로써 상호 협력의 전통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세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이바지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며 “이와 같은 교육 목표를 보더라도 평화적으로 한ㆍ일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내용 요소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하영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영토 교육에서의 독도 현안에 대한 교과서에서의 기술이 지리 교과서 및 지리적 현황과 특성 등에서만 이뤄진다면 그러한 영토 교육은 지나친 맹목성을 띨 것이 명확하다”며 “무엇보다도 고유한 영토로서의 독도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접근은 가히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도 현안은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와 평화 유지 등에 관한 ‘국제이해교육’의 교육 방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