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 "한국기업 배당 늘려라"
2014-05-12 16:05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투자자가 증시로 돌아오고, 지수가 장기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이 배당을 늘려야 합니다. 여지껏 만난 해외 투자자도 한결같이 우리 기업 배당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 10년 남짓 만에 1위로 만든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활력을 잃은 국내 증시를 위해 이렇게 말한다.
2002~2012년에 걸쳐 미래에셋자산운용 수장을 맡았던 구 대표는 2013년 6월 케이클라비스를 세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복귀했다.
실제 국내 기업 배당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미국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코스피 배당 수익률은 2013년 1.13%로 미국 다우지수(2.08%)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영국(3.64%)이나 프랑스(3.14%), 중국(2.99%)에 비해서는 배당이 더 적다.
구 대표는 "배당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지만, 당국이 나서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배당은 침체에 빠진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한 숙제"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라며 "헤지펀드 시장은 잠재적인 운용사인 자문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당국이 증권사에 대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풀어준 것도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중ㆍ단기 증시 전망에서 강세론을 내보였다.
쉽게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나, 1900~1950선이 주가순자산배율 1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싸다는 얘기다.
누구보다 중국 투자에 공을 들여 온 구 대표는 중국발 부동산 거품 논란에 대해서도 기우라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중국 부동산 부문을 보면 정부 통제 아래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일본 역시 돈을 풀어 증시를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유사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아야 한다.
구 대표는 "금융사가 다양한 상품을 내놓지만, 자기에게 맞는 상품은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상품은 반드시 비례하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케이비클라비스투자자문은 오는 6월 설립 1년을 맞는다. 업계는 신생 자문사가 시장에 안착했는지를 가늠하는 기간을 1년으로 잡는다.
구 대표는 올해를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해 기초를 다지는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헤지펀드 시장에도 연내 진출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통상 기관에서 아웃소싱을 하려면 설립 1년은 넘어야 한다"며 "아직 1년이 안 됐지만, 회사에 들어온 돈 가운데 기관 자금이 15%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는 "매물로 나온 운용사에 대해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체된 공모시장에 비해 맞지 않는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떠나온 미래에셋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구 대표는 "미래에셋은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회사"라며 "미래에셋에서 일했던 것은 인생에 있어 중요하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