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택알바 등 신종다단계 방판법 검토 '착수'…실태조사 예고

2014-05-11 15:32
취업·재택부업·아르바이트 등을 가장한 다단계 모집 '기승'
온라인을 통한 신종 다단계도 나날이 '지능화'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주부 A 모씨는 인터넷에 휴대폰 가입 광고를 게재하는 등 월 100만원의 수당을 벌수 있다는 재택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른바 휴대폰 딜러 모집의 늪에 빠진 A씨는 고가의 스마트폰과 요금제에 가입하고 가족·주변 지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정회원이 된 A씨는 자신의 밑에 새로운 딜러를 유치시켜 고객유치수당을 나눠 갖는 식이다. 예컨대 최신 스마트폰(69요금제) 1건을 가입시키면 A등급으로 분류돼 100만원 남짓의 수당을 지급받고 4건일 경우 최대 400만원 가량을 만질 수 있다는 신종 다단계에 빠진 것. 하지만 A씨는 100만원의 수당은커녕 휴대폰 기기 값과 통신요금 등 수백만원의 빚만 떠안게 됐다.

이처럼 재택 아르바이트 등을 내세운 신종 다단계 방문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에 따르면 최근 일부 미등록 다단계업체들이 인터넷에 재택부업희망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올려 다단계판매원을 모집하는 등 신종 부업을 가장한 다단계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주부와 대학생·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이른바 재택 알바는 인터넷 홍보를 통해 특정제품을 홍보하고 회원 유치수 등에 따라 일정 수당을 받는 새로운 유형의 아르바이트다.

그러나 재택 알바의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휴대폰 가입을 유도하거나 일정 금액의 회비를 수수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신종 다단계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재택 알바 광고를 통한 기만적인 사기 수법이 거론되면서 지난 8일 위즈니온(www.16885621.com)과 스마트러쉬(www.smartrush.co.kr) 등 2개 사업자에 대해 공정위가 제재한 바 있다.

이들은 ‘하루 2시간 정도만 일해도 월 100만원 수익’ 등 돈 잘 버는 재택 아르바이트라고 거짓·광고하면서 소비자를 유인해왔다. 이들은 회원 가입 조건에 휴대폰 등을 개통시키거나 일정 금액의 회비를 수수하는 영업방식을 사용했지만 큰돈을 건진 회원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재택 알바 광고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일 뿐 다단계와 관련한 방문판매법 위반은 적용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신규 회원을 모집하면서 수당을 받는 점이 다단계와 유사하다는 입장이나 방판법 적용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택아르바이트 등 신종다단계 유형을 현행 방판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 즉 재택 알바와 다단계의 유사성 등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8월 개정된 방판법에는 거짓명목 유인행위와 합숙강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 7년 이하·벌금 2억원의 처분이 내려진다.

현재 다단계 전담부서인 공정위 특수거래과는 위즈니온·스마트러쉬 등과 관련한 방판법 적용 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신종 다단계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재택아르바이트 등 신종다단계 피해 유형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관련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