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세월호 참사 22일째 '불안한 학교', 정부에 할 말 많은 교사와 학생들

2014-05-07 14:58

▲지난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수학여행 길에 나선 단원고등학교 2학년 500여명과 일반인들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지금까지 26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22일째인 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가 누구나할 것없이 거세지고 있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학생인 점을 들어 고등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슬픔과 분노가 더욱 눈에 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며 청와대 게시판을 포함, 여러 곳에 잇따라 글을 게시하고 있다.

◇"'적폐 일소' 운운할까 심히 두렵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17년차 현직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씨(가명)는 "글로 대통령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거다. '요즘 같은 세상엔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간 한 방에 훅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듣는 터라 더욱 그렇다"면서 한 언론 매체에 편지한 통을 보냈다. 

그는 "제 가슴속 시계는 여전히 '4월 16일'에 멈춰져 있다. 보름이 넘도록 '멘붕'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다.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과의 대면조차 힘들 정도다"며 "도무지 남 일 같지 않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고 현 심정을 토로했다.

김 교사는 "사고 발생부터 초동 대처와 사후 수습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의 무능함을 눈 뜨고 봐야 하는 게 너무나 괴롭다. 귀가 있다면 들어 알겠지만 기성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생 아이들조차 그런 정부를 조롱한다. 숫제 '우리 학생회가 정부보다 더 낫겠다'거나 '차라리 구조작업을 제주도 해녀 분들에게 맡겨라'며 혀를 끌끌 찬다"면서 "'저런 무능한 관료들이 고액 연봉 받는다고 생각하니, 엄마 아빠가 뼛골 빠지게 벌어서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며칠전 '대국민 사과'자리에서 뜬금없는 '국가 개조'와 '적폐 일소'라는 발언을 했다. 여성 대통령의 입에서 반세기 전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시기에나 어울릴 법한 '군대 용어'가 튀어나오는 것에 적이 놀랐다"며 "대통령 후보시절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을 읽고, 저 역시 고개를 끄덕였던 때가 있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에게는 '무늬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김 교사는 "대통령이 보기에 정부 관료들의 하나같은 무능함이 개탄스럽겠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정작 괴로워하는 건 무조건 수하들만 탓하려는 대통령님의 뻔뻔함이다"며 "그들도 개인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유능한 재원들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지만, 대통령님 자신이 '머리'라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애꿎은 '손발'만 나무래서야 되겠나"며 항의했다.

그는 "주변에 '간신'들만 넘쳐나는 판에 장관 몇 명 교체하고 TV 앞에 나와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 몇 번 조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 터져 나온 국정원과 검찰 등 국가기관의 연이은 범죄 행위는 근근이 버텨냈을지 몰라도 이번 참사의 후폭풍은 쉬이 잦아들지 않을 거다"며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대체 무언가'를 아이들이 묻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접고, 대한민국을 버리려한다. 이마저 제대로 된 국가관을 심어주지 못한 저희 교사들 책임이라며 다시금 '적폐 일소' 운운할까 심히 두렵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목숨 걸고 글 남긴다…대통령께서는 헌법을 위반하셨습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이군(19)은 "고3 학생인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목숨을 걸고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남긴다"며 "대통령이 위반한 헌법을 나열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4조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등 5개의 법조문을 나열했다.

이어 "어느 국민이 봐도 어느 학생이 봐도 지금 대통령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했다"며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그 책임은 꼭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성미 영화감독은 청와대 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글을 게재했다. 이 글로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자가 폭주하기도 하는 등 네티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같이 개개인이 각자의 생각과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네티즌들은 공감하거나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이군의 글에서 '목숨을 걸고'란 표현에 주목하며 "이 글의 핵심은 아니지만 '목숨을 걸고'라는 말이 현 사회를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한 것 같다" "고3이 쓴 글이라서 더욱 안타깝다" "현세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 우리가, 모두 직·간접 죄인이다. 내가(우리가) 어긴 자그마한 규칙들이 현재 우리사회의 병폐를 만들었으며 그것들이 켜켜히 쌓여 오늘날 세월호의 참사를 만든것이다. 나부터(우리부터) 변해야 한다"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할 때" "사람들 대체 왜 이렇게 대한민국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외국가서 살아본적도 없는 사람들이…한국이 그렇게 살기 어려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