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추돌] 서울 메트로, 사고 대응 매뉴얼 시행 미숙 '헛점' 드러나

2014-05-02 21:40

서울메트로 본선구간 지하철 사고전개 시나리오. [자료제공=서울메트로]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2일 오후 3시30분께 일어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가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가 공개한 ‘지하철 본선구간 열차추돌사고 사고전개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고발생 직후 승무원은 즉각(+00분) 종합관제소에 추돌사고 발생신고를 하고 열차내 사고 발생 안내방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2일 일어난 사고에서는 앞차(제2258열차)와 사고를 일으킨 제2260열차 승무원은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은 이날 오후 7시께 진행된 현장브리핑을 통해 "최초의 열차에선 후속열차 상황파악이 안 돼 열차내 대기하라고 15시 49분에 안내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는 이미 일부 승객들이 직접 문을 열고 선로를 이용해 역을 빠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종합관제소도 관제 및 통제 소홀 지적을 받고 있다. 매뉴얼에 따라 종합관제소는 사고 직후 5분(+05분) 안에 119와 112 등 관련부서에 지원요청을 하고 전 열차는 물론 전 역사에 상황통보를 해야 한다.

서울메트로 본사 내 종합관제소에서 각 열차의 운행 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앞뒤 열차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관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근무자가 관제 시스템을 응시하면서 앞선 열차가 정지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다가오는 뒷 열차에게 긴급하게 연락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란 얘기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종합관제소는 사고발생 10분 후인 15시41분 경에 전 열차와 역사에 상황통보를 했다"며 "사고열차에서는 정확히 몇분에 통보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해당역인 상왕십리역도 매뉴얼 시행 미숙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에는 사고 10분에는 역직원이 승객구호 및 대피유도를 해야하고, 비상게이트 등을 개방해야 한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은 열차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자동으로 제어하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utomatic Train Stopping Device)에 이상이 생겨 비상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은 기관사가 수동으로 운전하지만 앞 기관차와의 거리가 200m 이내가 되면 ATS가 작동해 자동으로 제동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AT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두 열차 모두 수동운전이라 앞 열차와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지 않았다"며 "앞선 열차가 상왕십리역에 서 있었던 것은 정상적이었으며 후속 열차가 추돌한 상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소방인력과 경찰, 구청직원 등 213명이 투입됐으며 구급차와 소방차 등 58대가 동원됐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서울메트로 측은 현장에 복구를 위해 5개조 (약 150명)을 보내 오후 5시부터 복구작업을 진행 중으로, 오후 10시 정도 현장 복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사고발생 후 4시간 안에 복구를 완료하고 현장 정리 후 정상운행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