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화네트웍스 안제현 대표 "중국 드라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2014-04-29 11:02
"한국과 중국 드라마 격차, 약 20년 정도"

삼화네트웍스 안제현 대표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중국은 지금 '대한민국 앓이' 중이다. 채림이나 채연, 장나라, 이정현 등이 중국으로 건너가 한국을 알린 지 10년쯤 됐는데 최근에는 박해진을 비롯해 이민호, 추자현이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 발(發) 중국 트렌드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중국 전역에서 방송되면서 일명 '중국 한류'는 꽃을 피웠다.

지금 중국의 닭은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그 흔한 닭 털도 볼 수 없고, 닭을 튀길 기름이 없어 혀를 찰 정도라고. 상인들은 양꼬치 대신 닭꼬치를 팔고, 슈퍼에 치킨 전용 코너가 생겼다고 하니 '별그대'에서 치킨을 사정없이 뜯었던 전지현의 영향은 가히 '어마무시'하다고 할 수 있다.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에서 불었던 한류 바람이 '꽃보다 남자'와 함께 대만이나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로 향했다. '별그대'가 그 바람을 중국 전역에 날리고 있는 지금, 우리가 중국 한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동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적절한 대응이나 대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한류 생산과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굴지의 제작사 대표와 함께 진단했다.
 

삼화네트웍스 안제현 대표 [사진=이형석 기자]

# 삼화네트웍스 안제현 대표

삼화네트웍스는 대한민국 최초의 드라마 제작사다. 1987년 '저 은하에 내 별이'를 시작으로 '남편의 여자'(1992), '우리들의 넝쿨'(1993), '세여자'(1997), '당신은 누구시길래'(1999)를 제작했다. 드라마 외주 제작사라는 개념이 없었던 당시 방송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위풍당당 독보적 행보를 걸어왔다. 이후 '불꽃'(2000), '결혼의 법칙'(2001), '아내'(2003), '애정의 조건'(2004), '내 남자의 여자'(2007), '솔약국집 아들들'(2009), '제빵왕 김탁구'(2010), '사랑을 믿어요'(2011), '무자식 상팔자'(2012), 그리고 최근 '결혼의 여신'(2013)과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참 좋은 시절'(2014)까지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키며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삼화네트웍스에서 만든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모두 합하면 1000%에 육박한다. 시청률 보증 드라마 제작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수치다. 안제현 대표는 "여타 드라마 제작사들이 미니시리즈에 치중하는 데 반해 삼화네트웍스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가족드라마 위주로 제작하면서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그 비결을 밝혔다.

"김수현 작가나 문영남 작가, 조정선 작가, 강은경 작가 등 필력 좋은 작가가 소속되어 있어요. 프리랜서라 불안정한 다른 작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죠. 김수현 작가 같은 경우는 거의 20년째 함께 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드라마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촬영이나 편집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지만 글에 실린 힘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촬영 기법 같은 경우는 중국과 한국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좋은 장비가 워낙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가의 글쓰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도 능력 있는 작가들이 좋은 대본을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안 대표의 말에 따르면 삼화네트웍스는 지금도 시청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방송사 편성을 위해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청자가 재미있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수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 속에 긴박감 넘치는 전개,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밑거름이 되면 그 드라마는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연장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되고,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에서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 3박자가 모두 갖춰졌을 때 제작사는 비로소 '돈'을 벌게 되어있다.

안 대표는 중국 방송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 시장을 장악하고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관심, 대중의 니즈(needs)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의 격차가 20년쯤 되요. 우리나라 90년대 초반 드라마를 생각하면 돼요. 종종 퀄리티(quality)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는 하는데 많지 않아요. 대본의 문제도 있지만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제작자들이 문제에요. 중국에서 한 해에 제작되는 드라마만 1500개가 넘는데 방송되는 드라마는 70%도 안되죠. 재무적으로 힘드니까 저예산 드라마를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가 재미있어 하는 게 뭔지만 빨리 파악해도 질 좋은 드라마를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안 대표는 중국 한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 대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스타들에게도 조언했다.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해요. 앞과 뒤가 다르면 언제라도 무너지게 되어있어요. 지나치게 무리한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중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삼화네트웍스는 중국과의 협업을 통한 드라마 제작을 준비 중이다. 주요 스태프가 한국인으로 꾸려지는 새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내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을 '파워 업' 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력이 만나 만들어 낼 시너지, 그것이 중국 한류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