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2014] 오거스타내셔널GC의 빈틈없는 코스 셋업
2014-04-24 08:52
모든 워터해저드 선으로 표시…로컬룰 세세하게 규정해 논란 사전 차단…공평성·객관성·적확성 최대한 추구
지난 10∼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는 코스 셋업에서도 ‘마스터’였다.
기자는 1997년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할 당시 처음으로 취재를 갔고, 올해 열번째로 현지취재를 했다.
올해는 특히 대회가 끝난 직후인 월요일에 그 코스에서 라운드하는 행운도 따랐다. 일반 갤러리들로서는 잡기 어려운, 코스를 골골샅샅 둘러볼 수 있는 기회였다.
◆모든 워터해저드는 선으로 표시
오거스타내셔널GC의 워터해저드는 후반에 몰려있다. ‘래스 크릭’을 끼고 있는 11,12,13번홀과 15,16번홀 등 다섯 홀이다.
그린앞이나 옆에 있는 연못(개울)은 모두 워터해저드로, 그리고 코스 옆에 흐르는 개울은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규정됐다. 워터해저드든 래터럴 워터해저드든 모두 선으로 그 경계를 표시했다. 스루 더 그린과 해저드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한국오픈이 열린 우정힐스CC 13번홀 그린 주변에 워터해저드 표시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인접홀 사이를 흐르는 개울은 워터해저드와 래터럴 워터해저드 표시가 잇따라 있었다. 예컨대 11번홀 그린 뒤∼12번홀 그린 앞을 흐르는 래스 크릭의 경우 개울을 건너가는 ‘벤 호건 브리지’를 경계로 12번홀 그린앞은 워터해저드, 11번홀 그린 뒤편은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규정했다. 12번홀로 들어서는 벤 호건 브리지 자체는 워터해저드에 속했다. 따라서 표시 선도 12번홀 앞은 노랑색, 11번홀 뒤는 빨강색으로 했다. 노랑과 빨강색 경계에는 높이 15㎝가량의 노랑·빨강 말뚝을 박아 인접 해저드를 구분하는 표시로 삼았다.
요컨대 11번홀에서 친 볼이 그린 너머 개울에 빠질 경우엔 래터럴 워터해저드로 간주해 처리하면 되고, 12번홀 티샷이 그린앞 개울에 빠지면 워터해저드로 간주해 처리하면 된다.
이는 15번홀 그린 뒤편과 16번홀 그린앞에 있는 연못도 마찬가지였다. 15번홀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 연못에 빠지면 래터럴 워터해저드 처리를 해야 하는 반면, 16번홀 티샷이 그린앞 연못에 빠지면 워터해저드 처리를 해야 한다.
◆래터럴 워터해저드에선 드롭존 이용 못해
드롭존은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질 경우에만 추가 옵션으로 취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규칙대로 볼이 최후의 경계선을 지난 지점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선상에 드롭할 수 있는가 하면, 드롭존에 드롭하고 칠 수도 있는 것이다. 후방선상으로 나갈 수 없는 홀이 있기 때문에 드롭존을 마련한 듯하다.
드롭존은 해저드 앞에 반경 1m 정도의 원으로 지정돼 있었다.
볼이 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드롭존을 이용할 수 없고, 규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16번홀(파3)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사이가 온통 연못이다. 연습라운드 때 선수들이 갤러리들을 위해서 ‘수제비 샷’을 선보이는 곳이다. 이 연못은 노랑색으로 된 워터해저드다. 따라서 티샷이 물에 빠질 경우 드롭존에서 칠 수도 있는데, 이 홀의 드롭존은 티잉 그라운드(앞쪽)에 설치돼 있었다. 요컨대 티샷이 물에 빠지면 1벌타 후 원위치에서 다시 치거나 그보다 조금 앞의 티잉 그라운드에 표시된 드롭존에서 드롭하고 치라는 말이다.
◆로컬룰은 치밀하고도 세밀
마스터스는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스코어카드와 함께 로컬룰을 배부한다. 로컬룰은 스코어카드와 유사한 카드에 앞뒤로 3페이지에 걸쳐 빽빽이 적혀있다. 또 로컬룰에 명시하지 못한 세부 사항은 별도 용지로 라커룸에 게시돼 있었다.
로컬룰에서 특이한 것은 그린에서 잔디를 보식한 곳(turf plugs)에 대해서도 ‘옛 홀자국’처럼 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린에서는 예전에 홀을 판 자국이나 어프로치샷이 낙하하면서 만든 볼마크(피치 마크)만 구제받도록 하고 있으나, 그린이 손상돼 잔디를 일정부분 보식할 경우 그 자장자리에 파인 자국도 옛 홀자국으로 간주해 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규정은 이렇게 돼있다.
<Turf plugs on putting green : Turf plugs on putting greens have the status as old hole plugs and may be repaired as provided in Rule 16-1c>
◆벙커에서 그린으로 튄 모래 수시로 제거
그린사이드 벙커샷을 하면 모래가 그린에 퉁겨올라오게 마련이다. 이 모래는 그린에서는 ‘루스 임페디먼트’로 간주돼 치울 수 있으나 양이 많을 경우 뒤에 오는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오거스타내셔널GC측은 수시로 요원들을 시켜 벙커옆 그린에 널려있는 모래를 치움으로써 뒤에 오는 선수들이 퍼트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배려했다.
◆경기위원은 요소요소에…논란 있을 경우 금세 나타나
마스터스를 제외한 3개 메이저대회에서는 모든 조에 경기위원이 붙는다.
그러나 마스터스에서는 경기위원이 각 조 선수들을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는다. 경기위원들은 요소요소에 있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달려간다. 선수가 불렀는데도 경기위원이 늦게 와서 플레이가 지체되는 일은 보지 못했다.
◆깃대는 그린 가장자리에서 3야드 지점에 꽂히기도
마스터스는 깃대를 그린 가장자리에 꽂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자는 올해 1라운드까지만 해도 ‘아무리 구석이라도 그린 가장자리에서 4야드가 마지노선’으로 알고 있었다. 이성재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도 평소 ‘깃대는 그린 가장자리에서 적어도 4m는 띄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그 상식이 깨졌다. 올해 2라운드 10번홀(파4) 깃대는 그린 앞에서 23야드,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3야드 떨어진 곳에 꽂혔다. 이 홀은 11번홀(파4)과 더불어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곳이다. 그런데도 2라운드에서 극단적인 곳에 홀을 판 것이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종합해보건대 오거스타내셔널GC는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하고, 골프의 본령에 최대한 근접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야드 단위까지 적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끔 셋업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