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교육부 수학여행 금지 이후 22일 줄줄이 취소(전국종합)

2014-04-22 18:38

국민대에서 안산 단원고 교사 남윤철 교사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세월호 참사 후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을 한 학기 동안 중지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에서 각급 학교에서 야외활동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22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로 어린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상당수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이 봄 소풍·현장학습 등 일일 야외활동 일정을 바꿨다.

◆초등학교 봄소풍 줄줄이 취소

서울 강서구의 A어린이집은 오는 30일 예정된 만 2세 이상 아동이 참여하는 봄 소풍을 취소했다.

도봉구의 B초등학교도 조만간 근교에서 갖기로 했던 현장 체험활동을 취소했다.

성북구의 C유치원의 경우 매주 3시간 근처 공원으로 60명의 원생이 현장 학습을 가는데 사회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 당분간 가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들도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숙박형 활동은 자제하도록 하고 일일 야외활동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날 울산시교육청과 세종시교육청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각급 학교의 1학기 중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대학들도 축제 개최 연기 동참

대학들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축제를 보류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에 따르면 교내 축제를 기획·진행하는 단체 '축제하는 사람들(축하사)'은 다음 달 13~15일 예정된 봄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이번 사고를 추모하며 돕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교 측도 대한적십자사와 협의를 거쳐 오는 29~30일 글로벌사회봉사단 소속 학생 30명을 진도로 보내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단원고 교사들이 졸업한 대학 캠퍼스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숙연한 분위기가 감돈다.

국민대에는 영어영문학과 출신 고(故) 남윤철(35) 교사의 분향소가, 동국대에는 역사교육과 출신 고 최혜정(24·여) 교사의 분향소가 마련돼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학생과 교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원군 소재 충북보건과학대도 다음 달 13~15일 열 예정이던 '덕암축전'을 보류했다. 이 학교는 이 축제를 2학기 때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총학생회의 하계 간부수련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충북대 수의대도 다음 달 3일 열려던 '2014 반려동물 한마당'을 가을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신 모금활동이나 봉사활동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 총학생회는 오는 28일부터 1주일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9일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모금을 시작해 SNS와 학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대와 미술대 학생회, 숙명여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 총학생회도 현재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금액을 각 대학 '학생 일동' 명의로 구호단체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땜질식 처방 불만 목소리

이런 와중 청소년수련원에도 예약취소가 이어지자 운영이 어려워진 업체 관계자로부터 '땜질식 처방'이란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전국 청소년수련원협의회 조사결과 전국 175개 수련원 가운데 70% 이상이 청소년 야외활동 사고 여파로 부도 위기에 직면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응답했다.

수련원 관계자들은 "청소년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당국이 내리는 조치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들은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청소년 단체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는 순간의 위험을 예방할 순 있어도 제한이 풀리는 순간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관련업계를 보호하고, 청소년 체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