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그대로 있으라"…선내 안내방송 적절했나

2014-04-17 14:27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조난 신고 이후에도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에 대해 적절한 조치였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배가 빠르게 한쪽으로 기울며 침몰하는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는 바람에 승객들이 배와 함께 침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7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선사가 해경청으로부터 심사를 받는 '운항관리규정'에는 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조치사항이 담겨 있다.

화재나 퇴선(배를 버림), 해양오염, 좌초 등의 위기상황에 따른 상황별로 선원들의 특수직무(임무) 분담표가 있으며, 선박 및 수송시설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승객들에게 퇴선을 명령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선장이 위기 시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승객들의 대피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난 신고 이후에도 10여 차례에 걸쳐 승객들에게 선실 안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안내방송이 나온 것은 결국 선장이 당시 상황을 승객들을 급히 대피시켜야 할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선실에 머무를 것을 요청한 안내방송은 결과적으로 선장의 판단 과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선장이 일반 승객들이 다 대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탈출한 점도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원법에 규정된 선장의 직무와 권한에 따르면,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

또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