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도 일회용?” 수명 15년 주기 무너져

2014-04-16 15:42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선박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평균 15년 주기도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운시장 불황으로 일감이 없어 노는 배가 늘어나는데다가, 조선소의 난립으로 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싼 돈을 들여 잘 지은 선박을 오래 사용하던 선주들의 마인드도 바뀌어 저렴한 가격의 새 선박을 수시로 바꾸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선박의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해체를 위해 판매된 선박은 134척, 650만DWT(재화중량톤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78척·790만DWT)보다 줄었지만 전월 대비(49척·210만DWT)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특히 2월에 해체된 선박 가운데 컨테이너선이 210만DWT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00~8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중소형 컨테이너선이 190만DWT로 해체를 주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선박 해체량도 고공세를 기록중이다.

2007년 600만DWT, 2008년 1420만DWT에 불과했던 선박 해체량은 2009년 3330만DWT로 증가한 뒤 2010년 2810만DWT로 주춤했다. 하지만 2011년 4260만DWT으로 다시 늘더니 2012년 5840만DWT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4610만DWT였다. 클락슨은 올해는 4120만DWT, 내년에는 3700만DW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이후 신조 발주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해체되는 선박 수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해운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 1~2월 기간 동안 한진해운이 9척·90만DWT를 해체해 단일 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선박을 내다 팔았다.

해체량이 많다 보니 건조된 지 얼마 안 된 선박들도 사라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새 선박은 평균 25~30년을 운용한다는 가정 하에 설계·건조되는데 실제 선박운용 기간은 많이 짧아져 15년이 안된 선박도 해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선박은 15년 정도 지나면 기능이 서서히 떨어져 유지비가 많이 드는데, 많은 돈을 들여 오래된 선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신조선가가 하락해 새 선박을 만드는 비용부담이 줄어든 것도 해체를 증가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배를 지으려면 척당 1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할 때, 중국에서는 30만원이면 지을 수 있다. 같은 돈으로 중국에 맡기면 3척을 짓고도 남으니, 한 척을 짓고 한 5년을 사용한 뒤 중간에 또 한 척을 주문해 이전에 쓰던 선박을 버리고 새 선박을 운용할 수 있으며, 고철로 팔면 다시 수익도 얻게 된다. 실제로 선주들 가운데에는 이런 방식으로 새 선박을 발주하고 있는데, 이런 선박을 ‘일회용’이라고 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해체 증가는 새 선박 발주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지만 선가의 급락으로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취약한 한국의 조선사가 얻게 될 효과는 적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성능은 물론 설계에서 건조까지 업무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비용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초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자동차·반도체 생산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통상 1년반 정도 걸리는 건조 기간을 1년 전후로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