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물이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물이다

2014-04-16 11:04
최승철 K-water 엔지니어링처장(공학박사)

지구상에는 약 14억㎦ 가량의 물이 존재한다. 그 중 97.5%는 바닷물이고,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담수)은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담수의 69.5%는 빙설이고, 30.1%는 지하수라 우리가 쉽게 사용 가능한 강물이나 호수의 물은 전체 담수의 0.4%에 불과하다. 쉽게 비교하자면 지구 전체의 물을 5ℓ라고 하면 담수의 양은 찻숟가락 하나 될까 말까하여 매우 희소하다.

이렇게 희소한 담수 또한 우리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고, 수처리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도시 전체 소비전력의 1~18%가 정수와 하수 처리 및 이송에 사용된다. 또한, 가정과 산업체에서 물을 가열하는 데는 이보다 10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특히, 정수처리에 있어서는 원수(原水)의 수질악화와 오염원의 다양화로 기존 정수처리방식은 더 이상 시민의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K-water가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꾸준히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도정수처리시설은 기존 정수처리방식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水)처리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추출과 정제 그리고 전력 생산에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석탄 1kg을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 4ℓ의 물이 사용된다. 원유 1ℓ와 천연가스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도 초당 40ℓ와 6ℓ의 물이 각각 사용된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셰일가스 채굴에 물의 압력을 이용하는 기술이 활용되며, 셰일가스 유정(油井) 하나를 파는 데 쓰이는 물의 양은 750만ℓ에 이른다.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대량의 냉각수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취수된 물의 약 40%를 화력발전소의 전기생산에 사용한다. 그 수량이 관개용수로 사용되는 물의 양에 버금간다. 1천MW급 원자력발전소는 초당 25~43톤의 냉각수를 사용한다.

이처럼 물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는 물과 에너지 시스템이 함께 계획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따로따로 계획되고 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발전소는 이미 유량부족이나 고온수(高溫水)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인도는 최근 심각한 물 부족으로 화력발전소 한 곳을 폐쇄했다. 프랑스는 장기간의 혹서로 높아진 수온이 냉각공정을 위협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줄이거나 중지시키려 한다. 스리랑카와 중국, 브라질에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장기 가뭄이 수력발전에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에너지 생산계획들은 물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수립되고 있다. 에너지와 물, 이 두 분야의 계획수립자나 의사결정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떤 기술과 경영방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이 두 분야를 통합적으로 계획하지 않는 한 현재의 사회․경제적 생활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계은행(WB)에서 에너지와 물 관리에 앞장선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적인 계획(Thirsty Energy)을 수립했다. ‘Thirsty Energy’는 에너지와 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두 분야에 대한 지식교류와 협력증진으로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제 ‘물이 곧 에너지, 에너지가 곧 물’인 시대가 됐다.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CEH)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물 빈곤지수(WPI)는 전체 147개국 가운데 43위로 낮은 수준에 있다. 물 빈곤이 에너지 빈곤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물과 에너지가 연계된 계획 수립과 정부 관련부처․학계․기업의 정책적 연대와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