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회장 교육 열망의 산실 현대공고, 마이스터고로 변신중

2014-04-15 15:27
내년 첫 신입생 입학, 15일 기숙사 착공식 개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젊은 시절 어느 학교 공사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며 바라본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에겐 한없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여기에 배움의 주춧돌을 놓게 하니 비로소 젊은 날의 꿈 하나가 결실을 맺게 되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공업고등학교(이하 현대공고)를 설립하면서 밝힌 ‘창학정신’이다.

1978년 현대중공업의 지원으로 개교한 현대공고가 지난해 12월 마이스터 고교로 전환된 후 내년 첫 신입생을 맞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공고는 15일 전교생이 생활할 수 있는 최신 기숙사 착공식을 가졌다. 건축면적 257평, 연면적 1800평에 지상 9층 규모로 지어지는 이 기숙사는 내년 2월 말에 완공된다.

학생들이 최고의 교육환경에서 기술과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기존 30개 학급 수를 18개 학급으로 40% 줄이고, 학급당 인원수도 30여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학년별 120명 규모의 소수정예로 운영된다. 학과도 기존 디지털기계, 공간디자인, 전기전자 등 3개과를 조선플랜트기계, 조선해양설비, 조선플랜트전장 등 3개 과로 개편했다. 기존 2, 3학년들이 졸업하는 2017년이 되면 전 학급이 마이스터고로 운영된다. 첫 졸업생은 개교 40주년인 오는 2018년에 배출한다.

마이스터고는 조선·해양·플랜트·반도체·바이오·자동차 등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로, 3월말 현재 전국에 39개 마이스터고가 운영되고 있다. 기술 중심 교육을 통해 졸업 후 우수기업 취업과 기술명장(마이스터)으로의 성장을 지원하며, 학생들에게는 수업료, 입학금, 학교운영 지원비가 전액 면제되며 해외연수, 취업에 필요한 실무 외국어교육을 제공한다. 졸업생들은 취업 후 최대 4년간 입영 연기 및 특기 분야에 복무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현대공고 신축 기숙사 조감도


현대공고가 마이스터고로 전향한 것은 기술 분야 진출을 꺼리는 젊은층의 시각으로 인해 갈수록 부족해지는 기술 인력을 산업계에 공급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현대공고는 1회 졸업생 589명 중 군 입대자, 진학자 등을 제외한 394명이 취업(취업률 82.3%)에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총 2만4000여명의 기능 인력을 배출하며 지역 명문학교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0대말 이후 기업의 채용이 줄면서 공고생 취업률이 낮아졌고, 1990년대부터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선호하면서 실업계 고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빠졌다.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현대공고는 2000년 ‘현대정보과학고등학교’로 교명을 바꾸고 기술 대신 진학 교육에 집중해 대학 진학률이 80%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 정 명예회장이 내세운 ‘국가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인을 양성한다’는 개교 초기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는 뜻에서 12년 만인 지난 2012년 원래 이름인 현대공고로 바꿨다.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을 선도할 ‘예비 명장의 산실’로 성장 목표를 정한 현대공고는 학생들의 조기 취업을 확대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자동차, KCC 등 34개 대기업 및 중소·중견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취업처 확보를 위한 물꼬를 텄다. 앞으로도 취업 약정 확대와 산학연계를 강화해 산업체 요구를 충족시키고, 탄탄한 취업처를 개발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채영기 현대공고 교감은, “최고의 기술교육 환경과 전문 강사진을 갖추고, 맞춤형 산업 기능인력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명문 공업고등학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