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경기도의 한 가공식품 제조업체는 통상임금 판결 후 올해부터 여름휴가와 설ㆍ추석 등 명절 상여금을 없애기로 했다. 통상임금 입법이 사측에만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잡혀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 임금제도 개편에 불만을 갖는 중소기업 종사자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통상임금 적용을 위한 절차 문의나 법적 대응, 집단 움직임을 위한 타당성 검토 문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통상임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들이 통상임금이 이른바 '춘투'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을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와 전조는 일찍이 드리워졌다.

지난 2월 진행된 중소기업인들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 핵심 이슈는 단연 '통상임금'이었다.

당시 업계는 기존 지침을 근거로 각종 수당을 지급해 온 기업들이 통상임금 지침 개정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정부 지원'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예외조항 신설'을 요청했다.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기존 26.7%에서 3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근거에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에 따른 중소기업계 영향조사'에서도 상당수 업체들이 별다른 대책이 없거나, 인력재배치 및 구조조정ㆍ임금구조개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임금 확대 적용이 기업 운영의 미칠 영향이 상당하고, 향후 임단협 등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통상잉금과 관련, 정부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마련에 나서주길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점차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통상임금 공청회에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라 소모적 논쟁만이 오가는 상황이다.

이날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이미 중소기업의 임금체계가 상여금을 더 많이 주는 구조로 정책돼 있는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업체들이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산정해 수당 3년치를 추가로 지급하라는 첫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 15일에는 국내 완성차 협력 부품업체 대표들이 모여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최근 현안과제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는 등 업계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통상임금 확대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다만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우리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동력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현실적 방안 마련도 염두해달란 주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각종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와 같이 지금 같아선 대기업과의 임금차이는 물론, 중소기업 내에서도 임금총액 격차만 커지는 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