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8)] 땅끝마을에서 동방의 하와이로 – 싼야
2014-04-16 07:00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주 중국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의 작은 휴양도시 보아오(博鰲)에서 매년 개최되는 보아오 포럼에 참석차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하이난성 싼야(三亞)시를 방문했다. 리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각국 총리들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리커창 총리의 뒤편으로 우거진 푸른 야자수 나무, 은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끝 없이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졌다. ‘동방의 하와이’를 방불케하는 이곳은 하이난성의 대표 관광도시인 싼야의 한 5성급 호텔의 모습이다. 싼야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5성급 호텔만 10여곳에 달할 정도로 매년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중국 최고의 해변 휴양지다.
싼야의 옛 지명은 땅 끝 낭떠러지라는 뜻의‘애주(崖州)’였다. 고대에는 귀신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뜻의 ‘귀문관(鬼門關)'이라 불렸다. 관리들이 땅끝인 이곳으로 좌천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실제로 싼야에서 서북쪽 23㎞ 지점에는 ‘하늘의 끝자락이며 바다의 귀퉁이'이라는 뜻의 '천애해각(天涯海角)'이란 비석도 있다. 지금은 연인들이 하늘 끝 바다 끝까지 영원히 함께 하리라는 맹세를 하는 데이트 명물 코스가 됐다.
싼야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과거 일본군이 자원 약탈을 위해 하이난섬을 점령했을 때 조선인을 잡아와서 도로, 공항, 터널 등의 공사에 강제동원했다. 이곳에는 강제노역 중 일본군에 의해 1000여명의 조선인이 구덩이에 매장당했다고 해서 ‘천인갱’(千人坑)’으로 불리는 곳도 있다. 일본 항복 후 참혹한 역사를 기념하기위해 이 마을을 ‘조선촌’으로 불렀다.
특히 지난 2010년 1월 하이난성이 3조5000억 위안을 들여 하이난성을 국제관광특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과 함께 비자 면제와 면세 정책을 발표했다. 해양 레저스포츠와 골프, 온천 등을 두루 즐길 수 있는 특급 휴양 시설과 이름난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싼야시는 국제관광특구 계획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2013년 기준 싼야시 하루 이상 체류 관광객수는 1228만4000명에 달했으며, 관광수입도 233억3300만 위안에 달했다. 싼야 펑황공항 여객량 수도 1287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싼야 대표 해변가인 야룽완(亞龍灣), 다둥하이(大東海), 싼야완(三亞灣), 하이탕완(海棠灣) 등 해변에는 르네상스, MGM, 힐턴, 셰러턴 등 세계적인 체인 리조트가 밀집해 있으며 매년 국내외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싼야시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집값 폭등현상도 나타났다. 2010년 하이난성 국제관광특구 지정 후 1년간 싼야시 집값은 50% 뛰었다. 2014년 1월 기준 싼야시 평균집값은 1㎡당 2만1060위안으로 베이징ㆍ상하이ㆍ선전ㆍ샤먼에 이어 중국에서 집값이 다섯째로 높은 도시에 랭킹됐다.
호텔이 우후죽순 격으로 지어지면서 싼야 호텔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실제로 비성수기에는 싼야시 호텔 객실점유률이 20% 정도에 그쳐 객실이 텅텅 빈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고급 호텔에서는 정부 감시의 눈을 피해 암암리에 카지노까지 운영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싼야는 해양 굴기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싼야는 인민해방군 남해함대 소속 군함들이 서태평양 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는 모항 역할을 하고 있다. 싼야시 중심에서 동남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진무자오(錦母角)에서는 제2의 항모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싼야 주둔 해군부대를 시찰하고 어촌을 방문한 것도 하이난성의 위상이 그만큼 중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