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자"

2014-04-14 10:24

 

 

봉선영 EY한영 금융사업본부 파트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경제계나 학계에서 말하는 어렵고 복잡한 계산식을 동반한 위험관리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더 편안하고 안전한 길로 가게 하는 길잡이로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같은 금융사는 고객 자산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주고, 경제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위험관리 개념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위험관리 중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 무렵으로 기억한다. 외환위기 시절,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변하는 경제 환경은 우리네 일상을 죄다 흔들어 놓았다. 위험관리체계 역시 큰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은행은 외환위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위험관리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해외 선진 은행에게서 위험관리를 벤치마킹해 변화를 시도했다. 단순히 고객 부도위험에 치중했던 위험관리업무가 다양한 위험관리업무로 확장됐다. 2003년부터 국내 은행이 관심을 가진 국제모범기준인 바젤2 역시 매우 정교한 위험관리체계를 요구했다. 국내 금융사는 이런 변화에 힘입어 고객 부도위험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측정하게 됐다. 직원 실수나 고의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운영위험 개념을 도입해 금융사 업무 자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바젤2는 위험관리 기법을 정교화하고 다양화했을 뿐 아니라 위험관리 중요성을 새삼 인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준비되고 실행된 국내 금융기관 위험관리는 최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금껏 국내 은행은 해외에서 정의된 규제 요건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반면 이제는 실질적인 은행 내부 목소리를 담아 위험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하는 시기다. 물론 지속적인 규제에 대응하고 전 세계적인 표준에 맞추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건전한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및 수익향상에 도움이 되는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금융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규제 위주인 위험관리에서 탈피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데 노력해야 한다. 금융사 지점에서 발생한 사고 기록을 분석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내용도 예측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대응책을 직원에게 교육해야 한다. 금융기관 직원 모두에게 위험관리가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발생 가능한 위험을 분석해 결과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

국내 금융사 위험관리는 해외 유수 금융사 못지않은 인프라를 자랑한다. 위험관리 인력 우수성이나 신규 위험관리체계 적용 속도는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쉬우면서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위험관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사 직원 업무에 위험관리체계가 배어 들게 해야 한다.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많은 업무 사이에 위험관리 문화가 제대로 녹아들 수 있도록 제도와 체계를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