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2014] 최경주, “메이저대회에서 ‘대충’은 통하지 않아요”
2014-04-14 05:19
첫날·마지막날 언더파 치며 30위권으로 마쳐…“두 퍼팅그립 병용할까 생각 중”
“올해 12회째 출전인 이번 마스터스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고 부족한 것도 많다는 절감했습니다. 골프, 특히 메이저대회에서는 ‘대충’이나 ‘얼렁뚱땅’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며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25회째까지 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78회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에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커트를 통과해 30위권을 기록한 최경주(SK텔레콤)는 대회를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첫날 2언더파를 치며 상위권에 자리잡았다가 2라운드에서 주춤하고 3라운드에서 뒷걸음질한 후 최종라운드에서 다시 언더파를 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1∼3라운드에서는 플레이 속도가 느린 선수들과 동반라운드를 하면서 덩달아 불이익도 받았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는 ‘베테랑’ 샌디 라일(56·스코틀랜드)과 함께 플레이했다. 라일은 1988년 영국 골퍼로는 최초로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걸친 선수다. 올해 33회째 마스터스에 출전해 17회째 커트를 통과했다. 이날은 그의 마스터스 100라운드째라고 한다. 최경주는 그런 라일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본 것이다.
“3라운드에서 78타를 친 것은 유령에 홀린 결과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실패가 있었기에 오늘은 언더파를 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새로운 탄생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경주가 내년에 이 대회에 나오려면 미국PGA투어에서 우승하거나 세계랭킹 50위내 또는 페덱스컵 랭킹 30위안에 들어야 한다. 그는 “올해 투어에서 1승을 거둘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샷과 에너지를 잘 컨트롤하고 최선을 다하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날 예전의 퍼팅 그립(리버스 오버래핑)으로 돌아갔다. 1∼3라운드에서 취했던 ‘소(saw) 그립’이 생소했고 3라운드에서는 6오버파나 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소 그립에 애착을 갖고 있다.
“소그립은 볼을 원하는 라인으로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주므로 1.5m이내의 퍼트에 효험이 있습니다. 그 반면 6m이상 거리에서는 일반적인 퍼팅그립이 더 낫고요.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이 두 가지 그립을 병행할까 생각중입니다.”
프로골퍼로서 어느 누구보다도 ‘도전-변신-적응’의 길을 걸어온 최경주의 다음 버전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