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건설사 워크아웃 (하)] “개별 사업 적극 지원, 정부 콘트롤 타워 절실”

2014-04-08 07:50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건설업계의 ‘제2의 벽산건설 사태’를 막고 업체 실질 회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권단(은행)의 일방적인 자산 매각 행태를 지양하고 채권단과 대주단간 의사 결정에 정부가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등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니라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 지원을 통해 건설사가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워크아웃이 채권단의 자연스러운 채권회수 작업인 만큼 어느 정도 강제성을 둬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건설업계 회생이 경기 회복의 선결 과제인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망 PF 사업 지원해 실질 회생 도모”

유동성 위기를 겪는 워크아웃 건설사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은 지금도 있다. 3조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발행되고 단기간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한 패스트트랙 프로그램도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유동성 지원일 뿐 근본적인 처방으론 역부족이란 게 업계 주장이다. 한국주택협회 고위 관계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을 할 때 대규모 대출이 필요한 데 채권단인 은행이 해당 사업성을 판단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전문성 있는 제3의 기관을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가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과 개별 PF사업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려는 대주단간 갈등 해소도 급선무다. 건설공사의 PF사업 규모가 상당한 만큼 사업장 한곳만 틀어져도 업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2010년 금융감독원은 채권단과 대주단간 업무협약(MOU)을 추진했었다. PF 부족자금은 대주단이 지급하고 PF 사업과 관련 없는 자금은 채권단이 지원해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MOU는 대주단에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이면서 흐지부지됐다.

대한건설협회 SOC·주택실 이무송 과장은 “당시에는 대주단 자격에 있는 저축은행도 경영악화가 심했던 상황”이라며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후 사업 재참여 의사가 생기고 있는 만큼 사실상 방치됐던 채권단-대주단 협조를 재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M&A 활성화 추진..."결국 경기회복 관건"

다른 기업의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훌륭한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다. 최근 M&A가 추진 중인 건설사는 파산 선고를 받은 벽산건설을 비롯해 쌍용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등이 있다.

정부도 사모펀드(PEF)를 활용한 인수합병을 적극 지지키로 했다. 이달초 정부가 발표한 M&A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PEF가 기업 지분인수 외 사업부문만 따로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사의 플랜트 등 알짜 부문을 쪼개 팔 수 있는 셈이다.

단 건설업 특성상 사업 부문을 따로 쪼개기가 쉽지 않고, 건설경기가 부진해 인수합병이 대세가 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경영개선과 M&A 등 건설업계 회복은 내수경기 회복이 필수이자 선결 조건 아니냐는 자조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은 “경기 회복과 건설업계 자구 노력으로도 회생이 어렵다면 건설업 구조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건설업계가 국내 경기에서 미치는 비중을 감안해 정부의 개입 및 방향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