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지원 종료 앞두고 미래부ㆍ안행부 '책임 떠넘기기'

2014-04-03 11:19
GA 권한 통합하면 가격 낮출 수 있지만 떠넘기기 바빠…MS도 돈벌이만 신경써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윈도XP 지원 종료를 5일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윈도XP 지원 종료를 앞두고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전용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에 의하면 백신으로 윈도XP의 보안 위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윈도XP의 취약점을 노린 악성코드가 새로 발견된다면 전용 백신을 제작해 무료로 배급할 계획이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이 되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산하기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구매(Government Agreement 이하 GA) 권한을 가진 안전행정부에서 각 부처별로 나눠진 SW 구매권한을 통합해 일괄로 윈도XP 다음 버전에 대해 구매 후 보급하게 한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특정 외산업체의 돈벌이 수단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며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윈도XP 업그레이드 버전 구매 '명분이나 실리냐' 

정부가 전 부처, 기관별 통합 구매에 나선다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협상력을 가질 수 있어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각 부처, 기관별로 예산을 쪼갠 상태에서는 어렵다. 윈도XP 차기 버전에 대한 구입 권한 GA를 통합한 후 바로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예산을 받고 MS와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 정부가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측도 정부가 통합 구매에 나선다면 미국 본사에 낮은 가격을 제안할 수 있다며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안행부에 확인한 결과 통합 GA 권한 행사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안행부 정보자원정책과 담당자는 "GA 예산 책정과 집행은 각 부처, 기관별로 담당부서가 따로 있어 안행부에서 통합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MS의 차기 버전 구입과 같은 특정 회사 제품구매를 정부에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GA 책정은 안행부의 권한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미래부 소프트웨어 정책과의 담당자는 윈도XP 대응 방안에 대해 "정부 부처, 지자체 등은 안행부의 소관이고 미래부는 민간 영역이다"며 "민간 부분은 KISA에서 전용 백신을 보급하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정부쪽까지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 '책임은 누가?'

염흥열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윈도XP 단종은 몇년전부터 예고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내 정부 기관, 국민들의 윈도XP 사용 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미리 예방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늦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라며 " 반드시 안행부가 대표성을 가지고 MS와 협상하지는 않더라도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이 나서 업그레이드 버전 구매에 대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교수는 "또 OS 업그레이드 버전 구입만으로 PC를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OS 업그레이드에 따른 각 애플리케이션, 특히 정부의 경우 정부 부처에서 사용하는 특정 애플리케이션 등의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고민해 미리 예산을 세우고 준비했어야한다"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하다. 정부 기관에 해킹이나 악성코드가 침입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MS측은 정부가 통합 GA로 제안해주지 않는다면 본사에 제안할 명분이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MS 역시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MS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보다 낮은 가격에 차기 버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수량과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수량 한정으로 일정 기간안에만 공급하는 차기 버전이란 결국 수익을 올리기위한 수단에 지나지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MS는 2012년 11.4%, 지난해는 4.3%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는 고성장으로 각 국의 MS 법인 중 주목 받아왔다. 한국시장에서 MS의 OS 점유율은 95%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윈도XP 사용률이 전세계 평균 23%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운데 MS가 한국에서 윈도XP 지원중단에 대한 특수를 톡톡이 누릴 것은 자명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윈도XP 지원 중단으로 악성코드, 해킹 등 보안위협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며 대안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