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스토리 금융' 본격화…기대 반 우려 반

2014-04-02 16:31
"경영정상화" vs "내부통제 보완 의문" 의견 엇갈려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사건·사고로 어려움을 겪어온 국민은행이 이건호 행장(사진)의 경영철학인 '스토리 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사건·사고가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스토리 금융을 기반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스토리 금융은 지난해 7월 이 행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고객중심 경영철학으로 단기적 수익창출 개념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은행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행장의 포부와 달리 국민은행은 그동안 본격적인 스토리 금융을 선보이지 못했다.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여파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악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해 스토리 금융 경영철학을 담은 상품으로 'KB스타(★)스토리통장'을 출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스토리 금융 패키지 중 하나인 'KB 하이 스토리(Hi! Story) 정기예·적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고객패널인 'KB호민관 제도'와 '영업점장 고객의 소리(VOC) 청취', '온라인 금융센터'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영업점장 VOC 청취 서비스는 현장형 고객만족 추진을 위한 것으로, 기존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웠던 현장의 목소리를 영업점장이 직접 고객과 전화통화를 통해 소통에 나서는 제도다.

온라인 금융센터는 은행의 필요에 의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경우 상담과 관리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스토리 금융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스토리 금융을 반영한 예·적금 상품의 실적은 괜찮은 편이다.

KB스타스토리통장은 지난해 11월1일 출시 이후 1개월 만에 10만좌(1489억원)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현재 32만1417좌(4436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KB 하이 스토리 정기예금과 적금도 각각 1만7443좌(5901억원), 2만2827좌(241억원)가 개설됐다.

이 행장도 지난 1일 2분기 조회사를 통해 스토리 금융 본격화를 예고했다.

그는 "4월을 맞아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닦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금융권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행장이 직접 스토리 금융에 대한 본격 추진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을 비롯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경영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내부통제 미흡 등의 문제점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상태인 만큼 향후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직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향후 내부통제 부실로 또 다른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근에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