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개탄하는 역사소설가

2014-04-02 14:11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1923~1996)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역사 소설가이다. 그는 22세 나이에 종전을 맞이했고, 그 때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 태어났으며, 일본인의 어리석음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옛 일본인들은 지금 보다는 조금 더 현명했을 것이라 믿고 22세의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역사 소설을 썼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시바는 현명했던 일본인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현명한 일본인 조상을 찾아 그것을 역사소설로 써내려갔다. 그의 소설은 현명했던 조상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때문에 흔히 말하는 일본 <우익>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가 쓴 소설들을 시대별로 보면, 마지막 작품이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언덕위의 구름>이라는 소설인데, 결국 그의 소설에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 잇따른 일본의 우경화를 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피해자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언행이 이어지고 있다.  

시바는 아마도 자신의 조국인 일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나은 일본인을 찾아 소설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그가 남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지금의 일본인들이 읽고 배워야 할 충분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그가 왜 방대한 양의 역사 소설을 썼는가. 그것을 일본인, 특히 일본의 정치지도자들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

요즘 일본 정치가들의 역사 수정주의적 행태를 시바 료타로가 봤더라면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지금도 일본에서 최고의 소설가로 추앙받고 있지만, 진작 그가 바라던 것은 자신의 소설을 읽고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어리석음을 깨달아주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