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매력적인 마스크, 통통 튀는 개성의 소유자로 ‘제 2의 김희선’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배우 고은아(25). 그런 고은아가 영화 ‘스케치’(감독 이혁종)을 통해 첫 ‘노출’을 감행했다. ‘파격’까지는 아니지만 첫 노출이라는 점에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은아를 27일 오전 서울 신사동 카페에서 만났다. ‘파격 노출’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절대 파격적이지 않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첫 노출이라 다들 파격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기사들도 그렇게 나오다 보니 실제 영화를 보고 실망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전혀 격정적이지 않게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잔잔한 느낌? 첫 노출이라 더 조심스러웠어요.”
지난 2005년 16살의 나이에 영화 ‘썬데이 서울’을 통해 스크린 데뷔한 그에게 노출 연기 제안은 진작부터 있었다. 2009년 백상예술대상이 기점이 됐다. 당시 고은아는 가슴이 파인 스타일의 노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영화 ‘10억’의 이미지를 살려 피부도 구리빛 피부에, 오렌지빛이 감도는 브라운 컬러로 염색을 해 섹시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섹시 이미지’를 원하지는 않았다고.
“저도 당황했다. 사진이 실물보다 섹시하게 나왔었다”고 회상한 고은아는 “그 일이 있은 후 저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장르 자체가 바뀌었다.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였다. 이제 스무 살인 나에게 왜 이런 작품들이 들어오지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다. 섹시 이미지를 원하지 않았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찍어도 될텐데. 발랄하고 귀여운 역할을 많이 했고, 천천히 여성스러워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섹시하다’는 얘기가 들려와서 거절한 작품이 많았다. 작품 선택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중들은 ‘스케치’가 ‘10억’(2009년)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은아는 독립영화 위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스케치’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기차 안에서 매니저 오빠가 읽어보라면서 준 시나리오가 ‘스케치’였어요. 도입부에서부터 느낌이 왔죠. 하고 싶다고. 오빠가 끝까지 읽고 얘기하라고 브레이크를 걸더라고요. 읽다보니 베드신이 있었고 노출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반감이 없었어요. 여자의 몸을 보여주기 위한 노출이 아니었으니까요. 영화 ‘색계’에서 탕웨이의 노출이 영화에 꼭 필요했던 장면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두려움이 있었죠. 첫 미팅 때 걱정을 말씀드렸더니 감독님께서 ‘고은아를 벗기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이 아니다. 예쁘게 찍을 거다. 걱정하지 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믿음이 생겼고 몸 만들기에 들어갔어요.”
고은아는 “노출을 했다고 계속 노출을 할 생각은 없다. 영화의 흐름상 노출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 주변 지인들이 제가 노출한다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보면 ‘잘했다’는 얘기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케치’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한 대가로 삶의 의미를 빼앗겨 버린 고독한 여자 수연(고은아)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 창민(박재정)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청소년관람불가로 27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