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가상현실의 옷을 입다] ② 페이스북 vs 구글 '다르지만 같은 전략'
2014-03-27 11:41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가상현실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오큘러스의 대표 제품이 가상현실 체험 게임용 헤드셋인 만큼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구글 글라스'와 비교되며 구글 vs 페이스북의 행보가 미래 전 세계 IT 기업의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오큘러스 인수합병(M&A)을 두고 “페이스북이 구글을 뛰어넘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큘러스의 대표 제품은 게임용 헤드셋이고 구글 글라스는 증강현실 기술을 장착한 안경이다.
품종 자체는 다르지만 웨어러블 기기로 증강현실(눈앞 상황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나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랜 기간 투자하며 사업 기반을 다져왔던 구글로선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200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두둑한 현금을 마련한 구글은 가상현실 산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2년 반에 걸친 연구 끝에 2008년 7월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구글 라이블리’를 선보였다. 2009년 증강현실 검색 기능 ‘구글 고글’을 비롯해 연관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이들 기능을 구현하는 기기 ‘구글 글라스’는 2012년 처음 등장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 개발을 지휘했다. ‘쓰고 다니기 우스운 디자인이다’ ‘사생활 침해다’ 등 각종 논란에도 구글은 꿋꿋이 구글 글라스에 투자했다. 올해 신형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는 지난 19일 TED 강연에서 “컴퓨터는 이미 한물 간 기기”라며 저커버그가 지목한 ‘내일의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글은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인수 사실을 공개하기 직전인 24일 안경 전문 업체 레이밴, 오클리와 손잡고 구글 글라스의 디자인을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2012년 설립된 오큘러스 VR은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 중이다.
HMD는 헬멧처럼 머리에 쓰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로, 무겁고 비싼 점이 시장에서 걸림돌이 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용 시제품은 300달러(약 32만 원)로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기존 제품보다 크게 낮아졌다. 소비자용 제품은 이르면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는 “모바일 분야에서 더 이룰 것이 많지만 우리는 다음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에 와 있다”면서 “오큘러스를 스포츠 중계, 원격 학습, 원격 대면 진료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인수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와 관련 서비스들이 현실과 현실을 이어놓은 것처럼 앞으로는 현실과 가상을 잇는 기술이 IT 분야의 커다란 흐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IT업체들도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소니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프로젝트 모르피우스(Project Morpheus)’를 공개했다.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동되는 이 기기 역시 눈을 덮는 헤드셋 형태로, 사용자들이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서 적과 싸울 때 현실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얻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HMD 형태의 가상현실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현실 경험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으로 3D 지도를 촬영한 뒤 이를 가상현실 그래픽으로도 만들 수 있게 하는 기술인 ‘프로젝트 탱고’를 추진 중이다. 5인치 디스플레이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는 이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현실세계를 3D로 도식화하는 기능도 탑재될 예정이다.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분석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 행보의 공통점은 바로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에서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정점에 이른 스마트폰 사업의 열기가 가라앉고 나면 승부를 걸 만한 차세대 플랫폼을 그쪽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