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추락 결론 공식 발표

2014-03-25 14:43

아주경제 한준호ㆍ배인선 기자 = 나지프 말레이시아 총리는 2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남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 말레이시아 정부 “추락” 결론

나지프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영국으로부터 얻은 위성 정보를 근거로 "8일 새벽에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는 인도양 남부에서 비행을 끝냈다(ended)"고 말해 여객기의 추락을 사실상 인정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항공은 24일 승객 가족들에게 "생존자는 없다"고 통보했다.

나지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추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지만 여객기를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장소는 착륙이 가능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말해 불시착 등의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베이징을 향해 출발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통신이 끊긴 지점은 남중국해였으나, 나지프 총리가 언급한 “비행을 끝냈다”는 지점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양 남쪽 해역으로 정반대 방향을 향해 비행했던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 추락 원인은?

말레이시아 정부 등 수색 당국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여객기의 통신장치가 의도적으로 차단된 것이 판명이 났지만 기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해지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내에서 누군가가 관여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기장과 부조종사의 자택을 압수수색 한 바 있으며 신원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인 납치로 실종 이유를 추정하고 있다. 실종기인 보잉777기가 갑자기 항로를 변경하기 위해선 2분이 걸리고 기장이나 부조종사가 긴급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떠한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점을 보면 의도적인 항로 변경으로 보여진다.

미국 정부는 실종기가 인도양 남부로 이동한 후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남쪽으로 이동했다가 추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종 당시 남은 연료를 계산하면 약 4시간, 거리는 3500km 가량을 비행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이 여객기가 인도양에 추락했다면 조종실의 대화를 녹음한 보이스레코더와 비행 상황을 기록한 플라이트 레코더 등의 회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호주 당국은 25일 악천후로 인해 수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추락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는 일체 수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의 분석 결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승객 가족들 말레이시아 당국에 강력 항의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여객기가 실종 17일 만에 인도양에 추락하며 생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중국인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늑장 대응한 말레이시아 당국을 살인마라고 규탄했다.

말레이시아 실종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239명 중 중국인은 154명(타이완인 1명 포함)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5일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말레이시아 정부가 "실종된 여객기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하기 직전 말레이항공이 '생환자는 없다'는 내용을 통보하자 베이징 리두(麗都) 호텔에서 애타게 생존 소식을 기다리던 탑승자 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며 통곡했다.

특히 중국인 탑승자 가족 모임인 '말레이항공 MH370 탑승객 가족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MH370기가 실종된 지 18일 동안 말레이항공과 정부, 군 당국은 끊임없이 진실을 숨기며 가족들과 전 세계인을 기만하려고 했다”며 “만약 항공기에 탑승한 154명의 중국인이 이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면 말레이시아 항공, 정부, 군 당국이 우리의 가족을 죽인 진정한 살인마”라며 철저한 진상 해명을 요구하는 동시에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강력한 항의와 책임 추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가족들 보험금은 어떻게?

이번 말레이시아 사고 항공기로 중국 국내 보험사가 중국인 유가족에게 부담해야 할 보험금이 약 3000만 위안(약 52억3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239명 중 중국인이 154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징화스바오(京華時報) 25일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이후 중국 내 보험사들은 개별적으로 보험금 지급 관련 조사를 벌여왔으며, 잠정 조사결과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탑승자가 중국 내 24개 보험사에서 총 190개 여행자 보험 등 개별보험에 가입해 이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이 30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험사별 보험금 지급액을 살펴보면 중국 핑안보험 가입자가 총 50명으로 예상 보험금 지급액이 1245만 2100위안에 달했으며, 차이나라이프(中國人壽) 가입자가 32명으로 중복 가입을 포함해 총 가입 보험 수가 74개로 보험금 지급액이 900만 위안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중국 타이핑보험이 404만 위안, 타이캉보험이 450만 위안 등이다.

신문은 또 중국인 탑승객 보험과 별도로 몬트리올 조약에 따라 말레이시아 항공은 중국인 승객 1인당 최소 120만 위안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현재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몬트리올 조약이 정한 항공사 사망사고 책임 한도는 1인당 약 120만 위안이지만, 조종사의 항공기 납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은 소송을 통해 항공사에 추가 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
 

[사진] 신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