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바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음악, 록”

2014-03-07 17:03

김바다 [사진 제공=ANT W@RKS COMMUNICATION]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레코드숍을 지나던 13살 소년은 ‘쾅’하는 드럼 소리에 마치 빅뱅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지징’거리는 기타 소리는 영혼을 울렸고 이후 무작정 록음악을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소년은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음악 할 거야”라고 자신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꿈은 흔들리지 않았다. 20여 년간 록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록커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바다의 이야기다.

밴드 시나위 보컬로 본격적인 음악인생을 디자인한 김바다는 이후 나비효과, 레이시오스, 아트 오프 파티스를 통해 음악적 성장을 도모했다. 그리고 음악적 종반인 정규 솔로 1집을 발매하며 자신의 색을 완성하려 한다.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대 시절, 내 속에서 할 말이 생기고 음악적으로 다른 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심해질 때 솔로를 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당시 막연히 40대에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40대가 돼서 앨범을 발매하게 됐습니다. 솔로 앨범은 보컬에 집중했습니다. 스스로 보컬이라고 인정한 지는 5~6년 정도예요. 그저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다뤘고 단어가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는 ‘노래를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사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김바다 [사진 제공=ANT W@RKS COMMUNICATION]

목소리에 집중한 앨범에는 타이틀곡 ‘문에이지 드림(Moonage Dream)’을 비롯해 ‘이기적인 너’, ‘소란’, ‘비밀’, ‘오늘 또 하루’, 유재하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그대와 영원히’ 등이 수록됐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곡부터 하드록을 기반을 둔 사운드,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가 장애물 없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저는 보통 음악을 디자인한다고 표현해요. 어릴 적 암기를 못 해서 시험에는 영 재능이 없었거든요. 당시에는 열등감이 있었는데 이미지나 시각적으로 기억하는 건 내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야 ‘그게 내 재능이구나’를 깨달았어요. 날씨, 사람, 장소 등이 주는 느낌이 시각화되는데 그 형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그립니다.”

방송활동을 자주 하지 않는 게 록커의 특성이라지만 김바다는 KBS2 ‘불후의 명곡’(이하 ‘불후’)에서 1등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이번 신보로 아이돌그룹의 무대라고 하는 각종 음악방송 무대에도 오르며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방송활동 거부는 록커로서의 자존심이라고들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 반경을 넓힌 걸까. 대답에 앞서 그는 ‘불후’ 출연 당시 솔로 1집을 만들면서 있었던 일화를 털어놨다.

“영국 마스터링을 위해 1집 수록곡을 녹음해야 하는 날이 있었어요. 그때가 마침 ‘불후’ 녹화였는데 목이 다 상해있더라고요. 녹음은 해야겠고 방법은 없다 보니 발성보다 공기와 공간을 이용한 창법으로 부르게 됐는데 그게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의 탈출구가 됐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최악의 상황이 보컬로서 고민을 해결해줬어요. 또 다른 생각은 ‘불후’에서 욕심내 과하게 질렀던 게 후회되더라고요. 편하게 했으면 됐을 텐데… 또 다른 삶의 깨달음이랄까요?”
 

김바다 [사진 제공=ANT W@RKS COMMUNICATION]

그러면서 그는 방송 출연의 이유를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행보에 비유했다. “오아시스가 메이저로 옮긴 게 아니라 인디신이 넓어진 것 뿐”이라며 “비틀즈, 스톤로지스가 없었다면 오아시스도 없었다. 이러한 초석을 다지고 싶다”고 소망했다.

다년간 록을 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어떠한 ‘강렬한 순간’이 있었을 싶었다. 다소 높은 벽에 가로막힌 한국 록의 위치에서 말이다.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두 번의 공연이 있어요. 둘 다 한 대학교에서 개최된 공연이었는데 강당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매니저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저에게 말했을 정도로 정말 미쳐있었죠. 관객들이 마치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양새가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삐죽삐죽해지는데 제 머리털이 다 서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그때를 잊지 못해요. 그때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음악을 합니다.”

그에게 아주 원초적인 질문 ‘록’이 무엇이냐를 묻자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음악”이라고 웃어 보였다. 또 진부하지만 원론적인 “음악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죽기 전 내 목적은 록스타입니다. 언젠가 한번 ‘빵’하고 터진다고 믿고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 작업도 멋져야 하거든요. 내 음악이 재조명될 때 숨어있던 보석 같은 음악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꾸 미끼를 던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