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결과 최소가격 146만원 체중정보 70%가 100원에 판매”
2014-03-05 10:42
KISDI "개인정보보호 인식 제고 위해 규제 강화보다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역할 필요“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실험결과 체중정보라는 개인정보 판매시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이 평균 146만원이었으나 현금이 제시되자 참가자의 70%가 100원에 판매해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법제도적 규제 강화 보다는 평판관리 서비스 등 프라이버시 비즈니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KISDI 정책연구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철학적 배경과 산업적 접근 보고서를 최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KISDI 미래융합연구실 손상영 연구위원은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경향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 파악했다.
실험에는 163명이 참가해 10대부터 40대까지 남녀가 고르게 참여했다.
실험 결과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현상이 발견됐다.
프라이버시 패러독스 가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매우 작은 눈앞의 이득을 위해 쉽게 팔아버리는 경향을 의미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체중정보라는 개인정보를 판매할 때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이 평균 146만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금이 제시되자 참가자의 70%가 100원에 판매해 버렸다.
참가자들은 체중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평균 2만4000원 정도라고 답해 판매용의 가격과 보호의지 비용 간의 격차가 6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 풀게 한 상식 퀴즈성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비용은 평균 1만8000 원이었으나 실제로는 참가자 중 20%만 100원을 지불하고 보호했다.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법이 추구하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사람들의 행태에는 분명 괴리가 있고 향후에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의 경향이 여러 개인정보 분야로 확산돼 간다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가 새로운 사회규범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규범이론을 적용해보면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는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으로 판단되므로 시정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손 연구위원은 프라이버시 비즈니스가 프라이버시에 관한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라이버시 패러독스에 빠져서 자기 정보를 방임하던 사람들도 평판관리 서비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자기 정보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게 되고 비효율적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
평판관리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게 되고 프라이버시에 관한 비효율적인 사회규범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비롯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에 대해 EU의 데이터 보호 개혁과 같은 직접적인 규제 강화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고 당사자 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손상영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기술적․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21세기 들어 범세계적으로 온라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방향에 대해 학제간 논의를 통해 연구하고 온라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철학․경제학․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본질을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바람직한 사회규범의 형성방법을 모색했다.
국내 최초로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행동경제학적 접근방법으로 실증 분석한 실험결과도 발표했다.
보고서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라이버시와 관련, 두 가지의 주요 이슈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 이슈는 개인에 관한 정보수집 방법의 변화와 관련기술 발전에 대한 미국, EU 등 주요국의 대증적 반응이다.
EU 집행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글로벌화에 따라 데이터의 수집, 접근 및 활용 방법에 있어 커다란 변화가 발생해 1995년에 제정한 데이터보호지침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2012년 1월 25일 데이터 보호 개혁을 발표했으나 업계의 반발이 심해 아직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경제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행동경제학이 발전함에 따라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행동경제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