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백승훈 기자 =전 국민이 김연아 은메달 판정에 ‘판정 논란’보다 허무한 빙상연맹의 태도와 심판 양심선언 오역에 씁쓸해 했다.

김연아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반면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착지 실수를 하고도 높은 점수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에 경기 후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 세계 언론 및 전문가들은 홈 어드밴티지에 의한 편파 판정이라며 비난을 쏟았다.

논란이 일자 같은날 대한빙상연맹은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은 러시아 소치의 올림픽파크 내 평창하우스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김재열 선수단장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과 대책을 논의했다.

김회장은 "지금 국민은 판정 논란에 대해 서명운동까지 하는데 우리가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칙은 빙상연맹이 먼저 나서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항의 서한을 보내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22일 오전 국제빙상연맹(ISU) 측은 "공식 항의가 없었으며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ISU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판정은 엄격하고 공정했다"며 "피겨 심판진은 무작위로 구성되기 때문에 일부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여자 피겨스케이팅 경기에 대한 어떤 공식 항의도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우리 판정 시스템이 공정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23일 미국 USA투데이의 '피겨 심판의 양심선언 내용'을 보도에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는 USA투데이 기사를 한국에서 잘못 번역하면서 생긴 오해로 밝혀졌다. 해당 기사에는 '피겨 심판의 양심선언' 이라는 문구는 전혀 없었다.

USA투데이의 실제 보도에는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이로운 쪽으로 심판 구성이 이뤄져 있었다" 며 "이것이 러시아의 힘"이라고 꼬집는 내용만 들어 있었다. 만약 피겨 심판의 양심선언이 오역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면, 국제빙상연맹(ISU)의 재심사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인 계가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 당시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에 조는 편파 판정 탓에 러시아의 엘레나 레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 조에 금메달을 빼앗기고 은메달에 그쳤다가 재심사를 통해 공동 금메달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프랑스 여성심판 마리 렌느 르군느가 자국 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러시아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한편 ISU 기준에 따르면 김연아에 대해서는 김연아 본인 또는 김연아가 속한 빙상연맹이 공식 항의 권한을 갖고 있다. 빙상연맹이 ISU에 공식 항의를 하게 되면 ISU가 이를 받아들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항의를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