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ㆍ선박금융 강화 방안 실효성 있나…기관 이기주의ㆍ민간출자 부담
2014-02-20 15:4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정부가 부산에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을 구체화하는 한편 해운보증기구도 만들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무산된 선박금융공사의 대안이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의 유기적 결합이 쉽지 않다는 점, 보증기구의 규모가 당초 논의보다 축소된 점 등으로 이번 방안이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융위, 연내 부산에 해양금융종합센터ㆍ해운보증기구 설립
20일 금융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운사의 신규선박 발주 등을 지원하는 해운보증기구(가칭 한국해운보증)를 연내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 기구를 통해 금융위는 기업 자체의 신용리스크가 아닌 '프로젝트(Project-based)'를 대상으로 보증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박 담보가치나 용선료를 바탕으로 해운사의 신조발주를 지원하는 식이다.
아울러 후순위채무나 지분투자에 대해서도 보증을 지원하며 특히 해운업에 있어서는 선박의 구매ㆍ관리ㆍ운용 등 선박은행(Tonnage-Bank) 역할도 하기로 했다.
설립형태는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이 공동 출자해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 형태로 출범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19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이후 새누리당 부산시당 동북아 선박금융 허브 육성 테스크포스(TF) 팀장인 서병수 의원은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 및 내실화 △해운보증기구 설립 △선박운용회사 부산 이전 △탄소배출권거래소 부산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긴 부산 해양ㆍ선박금융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은 지난해 이미 금융위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안이다. 다만 이번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3개 기관의 해양센터 관련 조직과 인력을 부산에 두고, 조직운영 전반에 대한 전결권을 부여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 기관 간 이기주의ㆍ보증규모 축소…'선거용 정책'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부산지역의 해양ㆍ선박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양금융종합센터가 3개 기관의 결합이라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건은 수은과 무보, 산은이 각 기관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다. 혹여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이재민 한국해양대 선박금융학과 교수는 "3개 기관이 내려왔을 때 과연 하나의 기관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문제"라며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필요한데 전결권과 독립운영 보장에 대한 얘긴 있으나 기관들을 어떻게 묶어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운보증기구의 경우 민간 출자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위는 가급적 민간재원 50% 이상을 참여시키도록 한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와 민간이 각각 2700억원과 2800억원씩 출자해 총 5500억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조성하려던 보증기구 규모(2조원)보다도 대폭 축소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스크가 큰 해운업종 지원은 너도나도 꺼리고 있는 형편인데 민간에서 그만큼 참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증지원 규모는 최대 5조원으로 예상된다. 선박금융 지원에 수천억원씩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대비 보증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보증과 대출을 연달아 받는 데 따른 중복 지원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산 경실련은 19일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방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선박금융공사 무산과 뒤이어 실패로 끝난 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 약속의 수습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실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실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보여주기식 선심성 공약'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정금공ㆍ수협은행 이전방안 빠져…통합산은 출범 '글쎄'
선박금융공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책금융공사와 수협은행의 부산이전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발표되면서 앞서 언급된 대안들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한 후 해양관련 업무 인력을 내려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목표한 통합산은 출범은 오는 7월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의 진통도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산은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하나, 서병수 의원은 19일 기자들에게 '산은법 개정안 통과'와 이번 대책과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선박금융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정책금융의 전반을 먼저 논의한 다음 그것의 부분집합으로 산은과 정금공의 기본틀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